이번 대학기획에서‘ 대학 행정서비스’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기자 1명 당 학생 25명에게 직접 설문조사를 했다. 학생들이 작성한 설문지를 넘겨보면서 신기했던 점이 있었는데, 취재를 하면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던 학과사무실이나 본부 취재처는 어김없이‘ 친절한 기관’ 주관식 항목에 올라있었던 것이다. 불친절하다고 소문이 자자하거나, 필자가 취재를 하면서 불쾌하다고 느꼈던 학과사무실과 기관은 어김없이 ‘불친절한 기관’ 항목에 올라있었다.

‘불친절한 기관’ 항목에는 필자가 취재를 하면서 마찰이 있었던 기관이 포함돼있었다. 취재가 급한 상황인데, 잦은 말 바꾸기와 오랜 기간 그 기관에서 취재를 거부당해온 스트레스가 겹쳐 순간적으로 화가 났었다. 가끔 기자 신분이 아닌 학생으로 그 기관을 방문할 일이 생길 때 마다 피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든다. 반면, 예민한 사안이었는데도 답변을 거부하지 않고 친절하게 취재에 응해주어 기억에 남았던 학과사무실이 있었다. 우연히 그 학과의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받았는데‘, 우리학과 사무실은 정말 친절하다’며 칭찬일색이었다. 사람이느끼는‘ 존중’과‘ 배려’에 대한 좋은 감정은 다르지 않은가 보다.

교직원들은 학생들과 마찰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기본적인 규정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이 억지나 이기심을 부릴 때, 직원도‘ 사람’이기 때문에 화가 난다는 것이었다. 한편 학생들은 특정 학과사무실이나 기관에서 느꼈던‘ 불친절함과 권위적 태도’를 안 좋은 기억으로 갖고 있었다. 취재를 하면서 만났던 한 학생은 “우리학과 사무실이 ‘불친절’ 때문에 항의가 많이 들어왔었다”며 “학생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퉁명스럽거나 학생들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서는 기분이 나빠진다”고 말했다.

교직원과 학생 모두‘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다. 반대로, ‘사람’이기 때문에 또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교직원 분들은 학생들의 사소한 배려나,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학생이 사들고 온 음료수 한 잔을 기억하고 있었다. 학생들 또한 도움을 받았던 일이나, 친절한 응대를 받았던 사소한 일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설문조사 중 인상깊었던 것은 학생들이 불친절의 이유에 대부분 ‘과중한 업무’를 적었다는 점이며, ‘학생이 먼저 무례하게 굴었기 때문’이고 적은 학생도 있었다. 마치 학생들이 교직원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설문조사를 직접 받으러 다니면서 친절한 행정 서비스를 받았던 학생들의 얼굴은 밝았지만, 떠올리기도 싫다며 난색을 표하는 학생들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필자는 그 모습을 보며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학생들이 ‘학교’를 떠올렸을 때 우리 학교, 우리 학과가 어떤‘ 모습’로 남아있을 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작은 배려와 친절은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다. 꼭‘ 대학 경쟁력’을 위해서 행정서비스가 강화되고 친절해져야 한다고 말하는게 아니다.‘ 우리학교는 정말 좋은 학교였다’고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은 우수한 수업도, 시설도 아닌 학교 구성원들 상호 간의 작은‘ 존중’과‘ 배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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