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전 교내에서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술에 취한 범인은 학교로 들어와 여학생 기숙사에 침입하였고, 학교는 보완책을 강구하는 등 대책 마련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는 근본적이며 전체적인 차원에서 대학의 경계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한다.

대학은 모든 사람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아무런 제약 없이 누구나 대학에 드나들고 있다. 또한 국립대학인 우리 대학의 경우 약간의 조건만 갖추면 도서관, 운동장 등 대부분의 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애완견 배설물이 흔히 널려있다. 온종일 등산객들이 학교를 가로지르며, 특히 경계에 위치한 건물에 수시로 드나드는 경우도 흔하다. 심지어 강의연구동 옆을 지나며 고함을 지르는 등산객도 있다. 가을이면 짐승들의 겨울나기에 필요한 은행이나 도토리를 줍는 사람들도 많다. 대학을 주택가 인근의 공원, 금정산과 연결된 등산로 쯤으로 여기는 것이다.

대학이라는 공간의 사회적 공공성을 거부하자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의 대학 출입과 시설 사용은 시민교육 차원에서 권장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의 경계는 존중되어야 한다. 대학의 안과 밖을 차별하자는 것이 아니다. 차이를 뚜렷이 하여 대학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대학은 교육과 연구를 위한 엄숙하고 신성한 장소이며, 어떤 목적으로든 대학을 드나드는 모든 사람들이 이를 분명히 인식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대학의 경계들은 이곳이 대학임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는가? 주요한 경계인 정문과 주요 출입문, 주변의 작은 출입구들을 보라. 시계탑을 삼켜버린 그말 많던 구멍 난 정문은 수년째 그대로이다. 대학의 경계가 되어버린 대형 쇼핑몰은 그냥 두고서라도, 정문 바로 앞과 옆 담장에는 음식 가판 매점들이 어지럽게 늘어서 있다. 북문과 문창회관 옆문 역시 이곳이 학문의 장임을 표상하는 어떤 상징성도 없고 주변 또한 지저분하다. 특히 북쪽으로는 법학관과 사회관, 남쪽으로는 건설관과 제2 사범관 주변의 쓰레기 널린 여러 출입구들은 그야말로 개구멍 수준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나 ‘셉티드’(CPTED)를 언급할 필요도 없이, 시민은 물론 학생과 교수 또한 이곳을 드나들며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주요 출입문과 주변의 출입구, 그리고 그 언저리부터 대학다움을 뚜렷이 뿜어내는 제대로 된 대학의 경계로 가꾸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무지개문이 우리 대학의 역사와 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다면, 모든 출입 경계를 크고 작은 무지개문 디자인으로 통일해서 정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다움을 대학의 경계로 삼자는 것이다.

단순히 교내 범죄 예방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드나드는 시민들이 스스로 몸을 추스르고 교육과 연구와 대학을 존중할 수 있는 사회교육을 위해서이다. 나아가 더 근본적으로는 학생과 교수들이 이 경계를 지날 때마다 대학의 정체성을 생각해보는, 대학 본연의 정신과 가치 성찰을 위한 의미 깊은 통과의례를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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