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 어른이 됐다는 것에 신이나 자유를 맘껏 누리던 동기들이 2학년이 되면서 하나둘씩 꿈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몇몇은 캐나다와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또 다른 친구들은 해외 봉사다, 공모전이다 하면서 대외활동에 힘을 쏟았다. 그 속에서 ‘난 내 꿈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 혼자 뒤떨어져 있는 것 같다’고 한탄만 하며 그렇게 또 일 년을 흘려보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던 중, 필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영.호남 교류학생’을 모집한다는 문자메시지였다. 등록금도 전액 면제인 데다가 부산대를 다니는 고등학교 동창들이 있어 경북대, 울산대, 부산대 가운데 이곳을 선택하게 되었다. 교류학생으로 부산대를 다녀온 한 선배의 적극적인 추천도 한몫 했다. 선배는 필자에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선배의 조언에 힘입어 부산대 교류학생을 지원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그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좋겠다! 바다도 보고 놀러다니고…’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지는 도시, 젊음이 넘치는 도시라는 부산의 이미지 덕에 필자는 친구들의 부 러움을 샀고 스스로도 굉장히 들떠있었다. 드디어 영호남 교류 합격 통보를 받고 부산대를 향했다. 그런데 학교에 도착했을 때 필자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바다가 아니라 산이었다. 부산대학교에 대한 필자의 첫인상은 바로 산! 여름이 되면 이 오르막길을 어떻게 오르내려야 할지 정말 막막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잠시, 날씨가 풀리면서 학교 구석구석 피어나는 꽃과 등산하시는 정겨운 어르신들 모습에 학교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학과 잠바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또한 신선한 충격이었다. 전남대에서는 대부분 학과에서 단체로 맞춘 옷이 예쁘지 않아서 축제나 체육대회가 끝나면 잠옷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과 잠바를 입고 다니는 학생들 풍경이 신기했고 굉장히 편해 보였다.

개강하고 학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높은 오르막길보다 더 걱정되었던 것은 바로 인간관계였다. 매번 고등학교 친구들과 다닐수도 없고, 그 외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고민이 됐다. 며칠간은 정말 수업만 열심히 들었다. 하지만 차츰 옆자리 사람들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보기도 하고 서로 인사도 나누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모르 는 것을 물어보면 친절히 대답해 주고, 심지어 강의 노트까지 빌려주는 학생들의 친절함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부산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이 교류학생 기간이 끝나더라도 계속 됐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전진하는 동기들 속에서 정지하고 있던 필자가, 영.호남 교류학생을 통해 느린 속도이지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이곳, ‘부산대학교’를 제2의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이곳에서 알지 못했던 지식과 사람들을 알아가면서 도전을 두려워하던 과거를 벗어 던지고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다시 전남대로 돌아가면서 웃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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