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그토록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이제 캠퍼스에 가을이 찾아왔다. 상쾌한 바람도 반갑지만, 강의실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해맑은 얼굴이 더욱 반갑다. 교수의 기쁨 중 으뜸은 제자들과의 만남이다. 대학생의 시간은 무한한 잠재력과 열정으로 가득 찬 청춘의 시기이다. 청춘의 엘리트에게 주어지는 자유는 때로 감당하기 힘든 멍에일 수도 있지만, 밤하늘에 빛나는 샛별처럼 영롱한 것이다. 대학생들은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이러한 자유를 만끽하거나 견디며 자신을 단련하여야 한다.

대학생이 수행하는 단련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강의실에서 지적 자극을 받고 학문의 맛을 보는 것, 도서관에서 장서의 숲을 만나 ‘우연한 발견과 뜻밖의 재미(serendipity)’를 느끼는 것, 인생을 밝혀줄 멘토를 만나는 것, 우리 땅과 외국 땅을 밟으면서 다양한 문화의 날줄과 씨줄을 엮어 보는 것, 학우들과 토론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통하여 타인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우리 사회와 지구촌의 어디든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 등등이다.

한편, 올해는 윤인구 부산대학교 초대 총장 탄생 110주년이다. 부산대 교수회와 본부는 이를 맞이하여 우리 대학의 건학 정신을 밝히고 대학의 새로운 도약을 도모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부산대학교는 국내 최초의 국립대학교이다. 1945년 10월 부산과 경남의 민간에서 인재를 키우기 위한 기성회가 조직되고, 이러한 민간의 염원을 바탕으로 윤인구 초대총장(당시 경상남도 학무과장)의 노력으로 1946년 5월에 당시 문교부로부터 국립종합대학교로 설립인가를 받았다. 이번 행사를 전후하여 학생들이 우리 대학의 건학정신을 고양하는 데 다각도로 참여하기를 바란다.

학생들에게 또한 좋은 소식은 우리 대학의 제2도서관이 이번 학기에 대규모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쾌적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제2도서관은 학부생들이 입학 이후 가장 많이 찾는 공간이다. 대학 시절의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도서관은 대학의 기본시설로 대학의 심장이다. 외국의 명문대학교 도서관들은 아름답고 쾌적한 건물 (연구도서관, 학부도서관, 주제별 분관), 오랜 세월 체계적으로 개발된 일천만 권 내외의 장서, 각 학문분야를 담당하여 교수진과 학생들을 지원하는 주제사서들을 자랑한다. 국내 대학도서관은 그러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점차 개선되고 있다. 대학도서관은 대학기록관(University Archive)과 마찬가지로 대학의 정신이자 자부심이며, 또한 일상적인 홍보 공간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을 읽고 지속적인 독서를 하고 강의를 따라가면서 필요한 자료를 찾고 사서들의 안내와 서비스를 받으며 정보탐색을 하고 그룹스터디룸에서 학우들과 토론하고 함께 작업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 또한, 저자와의 만남을 할 수도 있고, 도서관 내부에 설치된 취업정보센터를 통하여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사회에 진출하기 위하여 자신의 길을 찾을 수도 있다. 학생들에게 친숙한 일상공간인 대학도서관이 이번 기회 에 멋지게 재탄생하여, 학생들을 세계적인 인재로 키우는 데 이바지하는 큰 보금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 동안 부산대학교가 키워온 꿈을 우리 학생들이 공유하길 소망한다. 나아가 우리 학생들이 각 분야에서 섬기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이 되어 그 꿈을 더욱 키워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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