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부곡동 ‘금정열린배움터’에서는 늦깎이 학생 세 분의 조촐한 졸업식이 있었다. 모두 우리 어머니 또래의 아주머니들이다. ‘금정야학’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는 금정열린배움터는 1994년 처음 배움의 문을 연 뒤 정규 교육과정을 받지 못하신 분들께 한글 교육이나 검정고시 준비를 해드리고 있다.
 
  이번 졸업식이 있기 1주일 전 쯤, 나를 돌아보게 한 사건이 하나 있었다. 졸업을 앞둔 어머님 한분이 손수 만드신 잡채를 싸들고 교사들에게 편지까지 써서 금정열린배움터에 찾아오신 것이다. 정성이 가득 담긴 잡채가 꿀맛이었던 것도 기억에 남지만 내게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그 어머님의 열정이었다.   
 
  나는 이 봉사활동을 시작한지 이제 겨우 8개월 째 접어들고 있지만, 그 어머님은 꼬박 3년 동안 금정열린배움터에서 공부해오셨다고 한다. 여기에는 정규 학교처럼 지각이나 결석을 했다고 벌을 받거나, 출석일수를 채워야하는 의무도 없다. 하지만 어머님께서는 배움을 향한 열정 하나로 초등학교 공부부터 시작해 고졸검정고시까지 합격하셨다. 바쁜 우리네 엄마들은 매일 저녁에 시간을 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각자의 가정에서 남편 뒷바라지도 해야 하고, 아이들도 챙겨줘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변의 시선도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해내신 그 어머님이 자식 또래의 우리들에게 ‘선생님들’ 감사하다며 잡채를 만들어 오시고, 긴 편지도 써오신 것이다. 커다란 통 한가득 들어있는 잡채와 예쁘게 코팅까지 돼있는 편지를 본 순간 고마움, 죄송함, 뿌듯함, 설렘, 기쁨, 아쉬움 등의 많은 감정들이 교차했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나는 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뒤늦게 배움의 기회를 얻은 분들이 이토록 열심히 공부하시는데, 지금의 나는 그와 같은 열정이 있는가?’, ‘제 때에 교육 받는 큰 축복을 누리면서, 감사하지 못하고 있진 않은가?’... 진부한 질문들이지만, 매번 뉘우치게 되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졸업반이 돼서야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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