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이라는 싱그러운 5월. 연록이 초록이 되고 풋풋한 아이들의 웃음 같은 환한 햇발과 훈훈한 저녁 공기가 산들거리는 교정에 서면 새삼 넉넉한 생각들이 가슴에 차오른다. 대학에서의 첫 중간고사를 마치고 개교기념일을 전후로 한 대학 축제 생각에 들떠 있을 대학 초년생들, 저마다 취업 및 진학의 열정으로 공부에 매진하고 있거나 혹은 어떤 실망감과 어려움으로 휴학을 고민하고 있을 학생들, 입대를 앞두고 이별을 예비하고 있을 학생들, 이미 대학생활이라기보다 사회진출을 앞두고 엄중한 현실을 실감하고 있을 복학생들, 어려운 연구 환경에도 아랑곳 않고 이제 막 시작한 새로운 연구 과제를 받아 협약을 진행 중인 연구자들, 교육과 연구의 틈바구니라는 넉넉지 않은 여건에서도 묵묵히 교수직을 수행하고 있는 수많은 교수들, 학내외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노심초사하기보다 나은 부산대학교를 꿈꾸며 수고를 다하고 있을 본부 보직교수들, 참으로 다양한 환경과 나름의 노력으로 이 5월을 꿈꾸고 있을 다양한 우리 대학의 구성원들이 생각나는 때이다.

 
으레 이맘때에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몰려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느낌들과 무관치 않을 터인데, 이것이 오히려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고마움과 일종의 의무감이 되는 것은 아니냐라는 의구심이 있다. 으레 대접을 받으려는 사람은 번번이 실망하고 상호 간에 짜증스러움과 의무감만을 강요함으로써 상호 간에 그 관계만으로도 힘들어지는 반면, 저마다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상호의 어려움을 배려하는 구성원들과 함께라면 마주한 적지 않은 짐도 더 이상 힘겹지 않은 법이다. 낭만과 가능성, 꿈으로 표상되던 대학이,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경쟁과 각종 고시, 자격증, 취업의 문턱에서 낙담과 어려움으로 시달리며 평생 다시는 오지 않을 청춘을 소진하고, 또 교수는 교수대로 과도한 업무, 실적과 평가라는 재갈에 한없이 앞으로 앞으로만 무한경쟁의 바다로 내몰리는 현실은 절대로 녹록지 않다. 교수와 학생 그리고 교직원들을 축으로 하는 대학공동체는 저마다의 존재 이유가 서로에게서 비롯된다. 이런 중요한 배움을 뒤로 하고 저마다의 이해 관계에만 매몰돼 온 탓에 원망과 변명, 남 탓으로 순환되는 파괴적 상호관계가 오늘 우리 대학의 현주소를 가져온 것은 아닌지 자문한다. '성공한 스타'가 되느냐, '무능한 루저'가 되느냐의 무한경쟁의 우울한 이분법적 사고에서, 상호 간에 존재의미를 찾고,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또한 부족함을 미안해하며 부단히 노력하는 공동체를 꿈꾸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회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
 
각자가 노력하는 일들이 결국은 하나로 통해 서로를 위한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통찰할 때, 단언컨대 루저는 있을 수 없다. 많은 구성원들이 저마다 쉽지 않은 당면과제를 안고 살아가는 교육과 연구와 젊음의 교정에서 새삼 푸르러지는 5월에 사제지간 상호 고마움과 서로 간에 힘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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