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래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 김상욱(물리교육) 교수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지리 환경은 분명히 역사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그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과연 역사의 광범위한 경향도 지리적 환경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밝혀내는 일이다.’ -J.다이아몬드, <총, 균, 쇠> 중에서

 

책 제목인 <총, 균, 쇠>는 각각 무기, 병균, 금속을 지칭한다. 이를 잘 이용했던 유라시아 대륙 사람들은 신대륙을 정복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구대륙에 살았던 사람들이 더 우월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무기, 병균, 금속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일까? <총, 균, 쇠>는 왜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인디언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을 정복할 수 있었는지, 일본이 어떻게 동아시아에서 식민지 신세를 면할 수 있었는지 등의 질문에 명쾌하게 답한다. 김상욱(물리교육) 교수는 “이 책은 민족 간의 차이를 ‘유전자’가 아닌 ‘환경’으로 분석하고 증명하고 있다”며“ 민족 간의 차이를 편견 없이 바라 볼 수 있도록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책이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고작 168명의 병사로 80,000명에 달하는 잉카제국 군대를 정복한다. 그러나 승리의 주역인 총, 균, 쇠는 그들이‘ 잘나서’ 얻을 수 있었던 게 아니라‘ 일종의 환경적 축복을 받아서’ 얻을 수 있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쇠와 총을 만드는 기술을 얻기 위해서는 충분히 많은 인간들이 집적하여 살 수 있어야 하며 많은 인간들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식량 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이 발달한 환경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나 아메리카나 오스트레일리아와 같은 신대륙에는 농업에 알맞은 식물이 자라기에 환경이 적절치 않았다. 결정적으로 스페인 군대가 가져온 병균은 잉카제국을 완전히 폐허로 만든다. 이 병균 또한 농업의 발전으로 구대륙 사람들이 가축을 기르게 되면서 생겨난 것으로 구대륙 사람들에게는 이미 면역이 됐지만 신대륙 사람들에게는 살인무기로 작용했던 것이다.

<총, 균, 쇠>의 핵심 메시지는 간단하지만 그 내용은 700페이지 가량으로 정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분량이다. 하지만 김상욱 교수는 그럴수록 책을 끝까지 읽으라고 조언한다. 책의 핵심내용은 몇 줄로 요약할 수도 있지만 <총, 균, 쇠>가 가치 있는 이유는 방대한 내용을 자료로 제시하며 핵심주장을 전개해 나가는 데 있기 때문이다. 김상욱 교수는“명확한 답이 나오기 어려운 인류학에 과학적인 방법을 끌어와 접근하는 방식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세계사에 대한 간단한 지식 정도는 책을 읽는 데 도움이 된다. 김상욱 교수는“ 배경지식이 없어도 무방하며 오히려 책을 읽다보면 역으로 세계사에 대한 지식을 얻고 싶어 질 수 있다”며 “하지만 세계사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여러 나라와 문화가 나올 때 조금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는 제래드 다이아몬드의 <제 3의 침팬지>가 있다. 김상욱 교수는“ <총, 균, 쇠>는 인간의 여러 속성들을 분석한 <제 3의 침팬지>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 저자가 어떤 맥락에서 <총, 균, 쇠>를 썼는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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