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의 아버지라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뒷짐을 진 채 근엄한 목소리로 자식을 꾸짖는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는가. 개인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아마도 앞에 서술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가부장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자로 여기는 데서 기인하며, 이러한 생각의 밑바탕에는 조선 시대의 가부장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깔려 있다.

 
물론 가부장제 사회에서 가부장이 지닌 권위는 막강했다. 하지만 아무리 가부장이라고 해도 피도 눈물도 없는 ‘철의 아버지’는 아니었다. 그들도 자식에게는 다정한 면을 보이는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편지>는 조선 시대의 학자이자 예술가인 인물들이 자식에게 보낸 편지를 엮어놓은 책이다. 편지에는 바로 이러한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이 담겨있다.
 
박지원은 자식에게 직접 담근 장을 보내기도 하며, “잊지 못할것은 손자 얼굴뿐”이라며 손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이황은 아들의 공부를 걱정하는 내용의 편지를 여러 차례 보냈고, 김정희는 잠자리에서 자식들이 글 읽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며 자식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기도 한다.
 
무엇보다 조선 시대 아버지들은 자식들에게 삶의 태도에 대해 많은 조언을 했다. ‘무엇을 해라’가 아닌 ‘어떻게 해라’고 말하는 그들의 목소리는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날카롭다. 이러한 점에서 조선 시대의 아버지는 자식들의 가장 훌륭한 스승이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멘토를 찾기에 급급한 우리에게 조선 시대 아버지상은 하나의 대안을 제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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