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가 흐르는 듯 아름답다’는 의미에서 이름 붙여졌다는 우리학교의 계곡, 미리내골. 국내대학 중 캠퍼스 안에 계곡이 흐르는 곳은 우리학교가 유일하다.

▲ 미리내골은 우리학교 대운동장 위 달마사 인근부터 흘러 내려온다
학교가 자리 잡기 전부터 금정산 일대에는 많은 동식물이 서식했다. 세월이 지나 도시가 팽창하며 이들은 점점 사라져갔다. 하지만 우리학교 대운동장 위 달마사 인근부터 인문관 아래까지 이어지는 미리내골은 지금도 자연 그대로의 계곡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미리내골에는 30여 종이 넘는 조류가 날아다니고 물속에는 버들치가 헤엄치며 나무위에는 족제비가 뛰어다닌다.
 
지금은 미리내골에서 학생들의 모습을 찾기 힘들지만, 과거의 미리내골은 학생들과 함께했다. 이정선(영어영문 93, 졸업) 씨는 “미리내골은 학교가 생기기 전부터 흐르던 계곡이다”며 “예전에는 학생들이 자주 찾는 명소였다”고 설명했다. 우리학교 역사와 함께 흘러온 미리내골, 과거에는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었을까?
 

‘여긴 내 자리!’, 동아리파크

 


20~30여 년 전만 해도 미리내골에는 여러 종류의 팻말이 군데군데 꽂혀 있었다. 바로 동아리 구역을 표시하는 팻말이었다. 동아리방에서 활동하는 지금과 달리 예전에는 각 동아리가 미리내골에 자리 잡고 있었다. 동아리구역으로 설정하면 다른 사람은 절대 들어오지 못하게 할 정도로 배타적이었다. 이재봉(국어국문) 교수는 “미리내골에 동아리파크가 밀집돼있었다”며 “자리를 독점적으로 사용해 학생들 간 다툼이일어나는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잘 곳 없으면 미리내골에서
 
해가 지고 거리에 불이 반짝이며 학생들로 가득한 대학가. 1982년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야간 통행금지가 있던시절, 우리학교 학생들은 통행금지 시간에 맞춰 귀가하기 급했다. 학교에서 공부하다 때를 놓쳐 이도저도 못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이들에게 미리내골은 안락한 쉼터가 돼주었다. 김병기(생명과학) 교수는 “여름 계절강의를 듣고 남아서 공부하다 통행금지 시간을 지나치는 일이 빈번했다”며 “학교를 나갈 수 없어 미리내골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잔 후 다시 강의를 들으러 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미리내골 출입금지? 그러면 학교 밖으로

미리내골 출입을 학교 자체에서 통제했던 때가 있었다. 쓰레기가 굴러다니고 술병이 떠내려가던 미리내골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무더운 여름철 더위에 시달리던 학생들은 미리내골을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시원한 계곡을 갈구하던 학생들은 미리내골을 따라 올라갔다. 교내를 지나 달마사 인근까지 올라갔을 때 그들은 너럭바위가 모여있는 터를 발견했다. 그 후 그곳은 여름동안 학생들의 아지트가 됐다. 손남훈(국어국문) 강사는 “여름철이면 미리내골 상류의 너럭바위 터에 가서 휴식을 즐겼다”며 “수업을 듣지도 않고 올라가 술을 마시며 놀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리내골은 2008년 캠퍼스 내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출입이 제한적인만큼 학생들의 관심도 멀어지고 있다. 김기훈(경영 4) 씨는 “학교를 오래 다녔지만 미리내골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며 “학생들에게 개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며가며 쳐다본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학생들을 위해 미리내골을 개방하는 것이 좋을까? 주기재(생명과학)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주 교수는 “자생적으로 복원에 성공한 미리내골을 또 다시 훼손해선 안된다”며 “꾸준히 변화하는 생태계를 장기적으로 지켜보며 도시생태계에 대한 자료를 축적해 학생들에게 자료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학교도 자체적으로 미리내골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캠퍼스재정기획과 송영호 씨는 “무조건 개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며 “자연 그대로의 공간을 유지해 생태 축을 살리는 방향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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