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뽀’를 보며 자랐다. ‘뉴스데스크’를 보며 세상에 눈을 떴고, ‘PD수첩’을 보며 분노했다. ‘백분토론’을 보며 정치에 관심을 가졌고, 늦잠을 자도 ‘시선집중’은 챙겨듣게 됐다. 그리고 ‘무한도전’을 기다리며 한주를 견딘다. 우리 모두 MBC와 함께 울고 웃었다. 그런 MBC가 지금 울고 있다.
 

MBC, 문화방송은 지상파 3사의 한 축을 담당하는 대형 방송사며, 방송문화진흥회를 운영주체로 하는 공영방송이다. 공영방송은 공사 등 공공기구에서 수신료 등과 같은 ‘공적 자금’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비영리적·비상업적 방송을 의미한다. 핵심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기여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MBC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0월 <시사인>이 발표한 언론매체 신뢰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MBC의 신뢰도는 <한겨레>, <조선일보>보다 한참 낮은 단 6.9%를 기록했다. 2009년과 2010년 신뢰도 1위를 차지했던 것과 대비된다. MBC의 상징인 ‘뉴스데스크’의 시청률도 바닥이다. KBS 뉴스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급박함에 편성 시간을 한 시간 당겨 8시로 옮겼지만, 바닥까지 내려간 신뢰도와 시청률은 오를 줄을 모른다.
 

그런 와중에 지난 8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는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부결됐다. 김재철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낙하산 사장’,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비판을 강하게 받아왔고, 재임기간 동안 MBC 노조는 사상 최장 기간 동안 파업을 강행했다. 김재철 사장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높음에도 해임안이 부결되자 노조는 다시 파업을 예고했고, 많은 시청자들이 등 돌리고 있다. 현 상황만 놓고 보면, 공영방송 MBC가 제 위상을 되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필자가 특히 MBC에 실망감을 느낀 것은 <한겨레>가 “MBC 간부들이 MBC를 팔아넘기려고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을 때였다. 당시 며칠간 ‘뉴스데스크’에서는 <한겨레>를 비판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이것은 정권과 권력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자기방어에 소중한 전파를 소모하는 완전한 배임행위다. MBC는 절대 MBC 간부의 것도, MBC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로지 국민과 시청자만이 MBC의 주인이며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또한 우리들도 더 이상 MBC사태를 방관해선 안 된다. 언론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중요한 한 축이다. 이 축이 무너지면, 두발달린 의자처럼 민주주의가 쓰러지고 시민들의 눈과 귀가 닫힌다. 많은 독재자들이 언론장악과 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언론이 행정 입법 사법과 함께 4대 권력으로 불리는 이유다. 때문에 MBC를 망치고 공영방송의 책무를 포기하게 한 권력자들을 비판하고 질책해야 한다. 국민들이 직접 MBC를 돌려 달라고 외쳐야 한다.
 

그리고 덧붙여, 부대신문에 대한 비판과 질책도 함께 부탁드린다. 효원인이 주인이며, 효원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발행되는 부대신문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대학 언론이 설 자리는 줄었고, 관심도 낮아졌다. 이런 현실에서 창간 58주년을 맞이하는 필자의 마음도 가볍고 떳떳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추락하는 MBC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 번 언론의 책임과 역할을 되새기고 있다. 여기에 독자들의 관심이 더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뼈를 깎는 기자의 노력과 독자의 관심만이 부대신문과 언론을 소생시키는 힘이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