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종(한국음악) 교수 <우리 음악 이야기>

  국악 공연에는 왜 지휘자가 없을까? 이에 대한 답을 황의종(한국음악) 교수의 <우리 음악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황의종 교수는 “국악에 지휘자가 없는 것처럼 보일 뿐, 지휘자의 역할을 하는 ‘집박’이 있다”고 설명한다. 집박이란 국악 연주에서 신호용 악기인 박(拍)을 쳐서 연주의 진행을 총괄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처럼 이 책은 한국음악 전공자에게는 당연한 지식이지만 대중들에게는 생소한 우리 음악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을 집필하는 동안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국악을 어떻게 쉽고 재밌게 전할 수 있을까였다”고 말하는 황의종 교수. 학생들이 ‘우리음악’이라는 이유만으로 국악을 좋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황 교수의 고민은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김기덕 감독의 <활>이나 강제규 감독의 <은행나무 침대>와 같은 대중에게 알려진 영화에 삽입된 국악과 창작·퓨전국악을 소개한 것이다. 황 교수는 “창작음악은 국악에 비해 속도감 있고 다양한 악기를 사용한다”며 “이러한 창작, 퓨전국악의 특징은 대학생들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고 소개 이유를 설명한다.
 
그렇다고 전통국악 소개에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책은 전통악곡 중 <수제천>과 <영산회상>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황 교수 개인의 경험이 녹아있다. 황 교수는 “수제천을 들었을 때 처음으로 국악을 듣고 전율을 느꼈다”며 “대학원 시절 수제천을 음악회장에서 들었는데, 하늘로 붕 떠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며 회상한다. 당시 그의 전율은 책 속에 생생히 담겨있다. ‘수명이 하늘처럼 영원하기를 기원한다’는 의미인 수제천은 임금 또는 왕세자의 거동 때 쓰인 전통음악이다. 황 교수는 “내가 수제천에 큰 감명을 받았듯이 독자 역시 이를 읽고 국악에 흥미를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게다가 이 책에는 국악 이론도 꼼꼼히 설명돼 있다. 서양과 일본음악이 주로 2분박 리듬을 쓰는 데 반해 우리음악은 3분박 위주의 리듬에다가 2분박 리듬을 결합해 훨씬 다채롭다. 황 교수는 “한국음악의 대표적인 정서인 신명, 활기참이 여기서 기인한다”며 “요즘 한류를 이끄는 대중음악의 신명이 원래 우리민족이 갖고 있던 신명에서 기인하는 게 아닐까한다”고 이야기한다.
 
국악이 어렵고 재미없다는 이유로 오늘날 대학생들은 국악을 듣지 않고, 공연장에 찾아가지도 않는다. 황 교수는 “국악이 어려운 이유는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며 “책을 읽고, 우리음악에 대한 지식을 쌓은 뒤 꼭 연주회장에 가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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