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사

2002년, 미시사를 집대성한 책 <미시사란 무엇인가>가 국내에 최초로 출판됐다. 책의 저자 곽차섭(사학) 교수는 “미시사의 개념과 특징을 잘 정리해 일반 독자들을 확보했다”며 “덕분에 일부분의 사람들만 알고 있었던 미시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20세기 서양 사학계의 목표는 역사의 거시적인 틀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며 거시적 관점으로는 민중의 삶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이탈리아의 마르크스주의 학파를 중심으로, 민중의 살아있는 삶에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흐름이 생겨났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미시사’가 등장했다.
 
미시사는 탐색하려는 부분을 잘 경계 지어 역사의 리얼리티를 살려낸다는 점에서 ‘줌인의 역사학’이라고도 부른다. 규모·척도의 축소를 통해 ‘특정’한 마을이나 개인을 연구하는 것이다. 대상의 명칭이 모두 나오는 실명적 역사학인 미시사는 민중의 삶을 더 가깝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미시사가 처음부터 거시적 관점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흔히 미시사를 1세대와 2세대로 나누는데, 1세대에 포함되는 미시사는 민중의 삶을 기존 역사모형의 바탕으로 민중을 파악해 비판을 받았다. 이에 미시사는 2세대에 이르러 사회적 측면뿐 아니라, 문화사적인 측면까지 강화시켜 미시사의 목적을 이뤄냈다.
 
국내의 미시사에 대한 연구는 외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편이다. 변선경(사학 석사 1) 씨는 “한국에서는 구조적인 틀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미시문화사에 대한 연구가 미약한 실정”이라며 “하지만 점차 미시문화사에 대한 연구와 기록이 축적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또 곽차섭 교수는 “‘민(民)’을 역사에 복원하려는 시도는 미시사만큼 성공한 실례가 없다”며 “기존의 거시적인 역사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또다른 학문인 ‘신문화사’는 미시사와 여러 측면에서 중첩되는 부분이 많다. 학계에서 두 단어를 ‘미시문화사’라고 결합해 부를 만큼 그 점이 부각되지만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변선경 씨는 “미시사는 생활과 경제, 사회 등 다방면에서 쓰일 수 있는 방법론의 문제”라며 “이와 달리 신문화사는 문화영역의 문제다”고 차이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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