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철학자 플리니우스는 ‘자살은 자연이 준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자살을 부정적 행위로 해석하는 오늘날과 달리 과거에는 다양한 관점으로 자살 행위가 해석된 것이다. 
 
고대 서양에서는 자살에 대한 긍정적인 주장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리스 로마 철학의 대표적인 학파 중 하나인 스토아학파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이상으로 삼았고 이를 실천하지 못해 사는 것을 힘들어한다면 스스로 자살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인성(전주대 교양학부) 교수는 “스토아학파의 생각에 따르면 불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고통스러워할 때, 이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 되고, 이때 자살하지 않으면 죄악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스토아학파의 대표적인 철학자 세네카는 자살을 ‘자유를 얻는 통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고대 서양에 자살을 긍정한 철학자나 학파가 존재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살을 부정적으로 해석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자살은 공동체의 입장에서 부당한 행위로 간주하며, 국가를 더럽히고 유용한 시민을 파괴해 국력을 약화시키는 ‘국가에 대한 범죄’라고 표현했다.
 
중세로 넘어오면 기독교의 영향으로 자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더욱 강화됐다. 교회는 앞장서서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에게 벌을 줬고, 철학자들은 다양한 저서에서 자살을 죄악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신국론>에서 자살은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살인이라고 규정했다. 송영진(충북대 철학) 교수는 “하나님의 율법인 십계명 중 ‘살인하지 말라’고 자살을 금지하고 있어 중세시대에 인간이 자살하는 행위는 죄를 짓는 것으로 해석됐다”고 말했다. 또한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학대전>에서 자살은 자신을 사랑하고 보존하려는 자연적 법칙에서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에 부도덕적인 것으로 간주했다.
 
한편 동양에서도 자살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존재했다. 인도 철학을 대표하는 불교 사상의 관점에서 자살은 일종의 욕구로 풀이된다. 김용환(철학) 교수는 “불교에서는 죽는 것도 감각 충족의 욕구, 생존의 욕구 등과 같이 욕구의 행태 중 하나로 생각됐다”고 말했다. 또한 여러 중국 황제나 선비가 자주 시도하고 월남전쟁에서 빈번하게 일어났던 자살 행위를 두고 의사 표현 수단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정해왕(철학) 교수는 “세상이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될 때 자살을 함으로서 의사를 표현했다”며 “이는 죽음을 통해 고통으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것과는 구별된다”고 말했다.
 
현대 사회에 이르러 높은 자살률이 세계적인 문제로 떠올랐고, 자살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병으로 판단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자살에 대한 시각이 다양하게 변화해온 이유가 철학자의 사상에는 당대 사회 상황이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에 김용환 교수는 “자살문제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림대학교 생사학연구소 오진탁 소장은 “사회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문제가 자살이므로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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