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을 오랫동안 사랑한 이들이
천안 백석동에 그를 기리는 출판사를 차렸다 한다
시인을 오랫동안 사랑한 나는
그 곳에서 시인의 책을 사기 전에
작은 농장을 열었다
그처럼 흰 당나귀 한 필을 갖기 위해

때 되면 밥 달라 아우성치는 양 떼를 치고
금세 하얗게 꽃을 피워내는 목화밭을 보고
막사에는 종일 연기를 피워 올리지만
아직 그를 쉬게 할 말간 하나 세우지 못한 까닭에
응앙응앙 우는 소리 하나 없이
구름만 조용히 농원 위를 지나친다

혼자 소주(燒酒)를 마시어도
나타샤는 오지 않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시를 쓴다
나타샤는 아니 와도 흰 당나귀는 올 까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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