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대 작가

   
  김형대 작가는 민중미술 2세대 작가다. 1세대는 1970년대 유신정권에 대항한 ‘현실과 발언’이다. 그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이 한창일 무렵 민중미술에 입문해 올해로 27년째 활동 중이다. “친했던 선배가 현 시국을 비판하며 고려대건물에서 분신자살했던 그날부터 민중미술을 그리게 됐다”고 말하는 김형대 작가. 사건 이후 그는 소위 엘리트라고 불리는 지식인이 민주화를 위해 희생된 사람들의 죽음을 방관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웠다고 덧붙였다.
  이전의 미술은 ‘예술을 위한 예술’로, 가진 자만이 향유할 수 있는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민주화 운동을 기점으로 미술에 관한 예술인들의 관점은 변화한다. 그저 아름다운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담고 발언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1987~1988년쯤 서울 중심의 민족미술협의회와 전국단위의 민족민중미술운동연합을 창립했다. 이들은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고발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했다. 김형대 작가는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노조위원들을 만나 그들의 속사정을 들었다”며 “그리고 현장에 나가 깃발, 머리띠, 구호를 만드는 등 도움을 주고 대중이 공감하기 쉬운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치열했던 그의 활동은 1990년대 중반에 미술연합이 해체되면서 끝나는 듯했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민중미술을 그린다. 단지 시대가 변하면서 주제가 변화한 것 뿐이다. 민중미술 변화의 조류와 유사하다. 민주화에 희생된 민중에서 산업혁명으로 인한 인간소외, 환경오염, 빈부격차 등의 주제로 변화한 것이다. 그러나 민중미술의 역할은 변화하지 않았다. 과거와 같이 여전히 사회고발적인 성격을 유지하며, 시대의 기록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변함없이 민중미술의 명맥을 잇고 있는 김형대 작가는 현재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골목길, 사람을 만나다>에서는 부산 수정동, 초량6동 골목길을 배경으로 일을 마친 후 거나하게 술을 걸친 시민, 무거운 발길로 집으로 향하는 시민을 담은 작품을 그려냈다. 김 작가는 우리와 닮아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소시민의 모습을 그려내 대중과 공감하고 소통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는 “민중미술이라면 현 시대의 민중을 그려야 한다”며 “좁고 어두운 골목에서 만난 시민들의 모습은 우리네 소시민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김형대 작가는 3년 전부터 자신의 작업실을 개방해 왔다. 그림을 넘어 민중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다. 개방한 이후 그의 작업실에는 이웃가게 아주머니, 아이 등 누구나 할 것 없이 넘나들게 됐다. 김 작가는 “이웃집 할머니가 ‘70 평생 화가의 그림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는 말에 용기를 얻게 됐다”며 “민중미술을 하고 있는 만큼 나의 창작물을 대중들이 보고 애정 어린 비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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