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항작용은 상반되는 호르몬의 충돌 과정이라는 점에서 한 사안에 찬반양론으로 대립되는 사회적 갈등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하는 윤정현(약학) 교수. 이처럼 신체내부의 물질대사 중 하나인 길항작용은 사회적 현상에 비유해 생각해볼 수 있다.
 
사회 곳곳에서는 늘 갈등과 대립이 발생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 사안일수록 대립은 더욱 첨예해진다. 오늘날 ‘투표시간 연장’을 둘러싼 찬반논쟁 역시 수많은 사회적 갈등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사회 갈등론’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이일래(사회) 교수는 “갈등없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갈등이야말로 사회 발전의 원천이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갈등은 사회발전에 도움을 준다는 말이다. 이동일(사회) 교수 역시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해 사회에 갈등이 생긴다면 그것은 개인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뜻하는 것”이라며 “그렇지만 극단적으로 한쪽에 치우친 여론이 형성된다면 올바른 사회적 논의가 불가능해지므로 균형을 유지하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사회적 논의 과정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의견의 대립은 우리 신체내부 호르몬의 대립과 유사하다. 호르몬의 길항작용은 한 호르몬이 다른 호르몬 수용체의 손실을 유도해 2차 호르몬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작용을 말한다. 정태준(생명과학) 교수는 길항작용에 대해 “자동차를 운전할 때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적절하게 밟아야 잘 달릴 수 있는 것처럼, 반대로 작용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내분비계 작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신체의 대표적인 호르몬 길항작용의 예로 혈당량 조절을 들 수 있다. 이자의 이자섬에 있는 3가지 호르몬 분비세포 중 알파세포, 베타세포가 혈당량 조절에 관여한다. 인슐린은 혈당량 수치를 낮추며 글루카곤은 혈당량 수치를 높인다. 알파, 베타 두 세포 각각에서 분비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에 의해 간세포에 보관되는 형태가 포도당 혹은 글리코겐으로 결정된다. 가령 식사 후 혈중 포도당 수치가 높아지면 이자에서는 알파세포로부터 글루카곤 분비가 억제되며 베타세포로부터 인슐린 분비가 촉진된다. 결과적으로 인슐린에 의해 지방 세포와 근육세포는 포도당으로 보관하는 반면 간세포는 글리코겐으로 저장해 혈중 포도당 수치가 낮아진다. 반면 간식기에 혈당량이 떨어지면 반대 작용이 일어난다.
 
전문가들은 호르몬의 길항작용이 신체 내부에서 필수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물질대사 작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동일(분자생물) 교수는 “길항작용은 체내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메커니즘”이라며 “올바른 길항작용이 일어나지 못할 때 항상성 기능이 깨져서 질병이 유발된다”라고 말했다.
 
윤정현 교수는 “길항작용뿐만 아니라 피드백 작용이나 카운터 레귤레터리 등의 작용도 신체 내부의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작용으로 이들도 사회 현상에 비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