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의학

환자를 병을 가진 ‘객체’가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 보는 의학이 뜨고 있다. 이것은 바로 인문사회의학으로, 인간의 건강과 질병을 생물학적·의학적 관점뿐만 아니라 심리적·사회문화적 관점에서 탐구하는 학문이다. 외국 의학계에서는 이와 관련된 연구가 의학의 등장과 함께 발전해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인문사회의학이라는 명칭으로 독특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의학계에서 인문사회적인 요소를 고려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국립대학교 중에서는 최초로 설립된 우리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인문사회의학 교실은 의료커뮤니케이션과 의료사회학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 처방을 위해서는 환자와의 의료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인데, 환자와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체계적 교육과 실습을 진행해 실제 치료에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면담법’이라는 특별한 방식의 교육이 진행된다. 김성수(인문사회의학) 교수는 “면담 과정 속에서 SP라는 가상 환자를 진단하는 연습을 한다”며 “실제상황에 적용해보고 몸을 습관화시키고자 하는 목적이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그룹 토론, 역할극 등의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은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재정립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파악하는 중요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한편 ‘인문사회의학’이라는 용어에 대한 성찰도 중요하다. 이수현(인문사회의학 박사 2) 씨는 “전공 명칭 때문에 단순히 인문사회 분야만 알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신경생물학적, 생리학적 연구와 사회조사방법론적인 것이 부합돼야 한다”며 “따라서 융합학문이라고 지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학교 인문사회의학교실에서는 식물을 이용한 실험을 이용해 의료심리학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연구하고 있다. ‘공감’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 실험에서는 긍정적인 단어를 듣거나 사람의 목소리를 들은 싹이 자라나는 속도나 생장 정도가 부정적 단어, 기계음을 듣고 자란 싹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편적 실험이지만 이 결과가 식물을 넘어 환자에게 적용될 영향을 생각해보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인문사회의학은 각 분야의 지식이 융합되어 실제 진료에 적용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낸다. 김성수 교수는 “사람과 사람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시되는 분야가 의료계이므로 두 분야의 거리를 좁히는 인문사회의학의 중요성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아직까지는 부족한 행정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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