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지도 12년이 됐다. 횟수를 세어 보기는 오랜만이라 벌써 그렇게 됐나 하며 스스로 놀라웠다. 처음 만났던 7살 아이들이 지금 고3이 됐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흘렀음을 실감한다.
  첫 봉사활동은 이렇게 시작됐다. 고등학교 시절, 의미 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지나, 대학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많은 시간의 자유가 주어지자 어떻게 시간을 보내면 좋을까 하고 고민했다. 그러다 시작하게 된 것이 보육원 학습봉사 활동이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가정에서 자란 나이기에 보육원이란 곳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도대체 어떤 곳일까 궁금했다. 아직도 그날의 설렘이 마음속에 남아있다. ‘보육원에서의 삶은 어떤 것일까?’ ‘어떤 아이들이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을까?’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까?’ 그 설렘 속에는 알지 못하는 세상을 향한 어색함,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만나는 것에서 오는 미안함, 그들을 향한 동정과 필자가 무엇을 도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나도 한번 좋은 일을 해 보리라 하는 마음(지금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마음) 등 여러 가지가 뒤섞여 있었다.
  그렇게 봉사활동은 시작됐고, 봉사활동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활동이 아닌 생활의 일부가 돼버렸다. 보지 않으면 보고 싶은 것. 이것은 진정한 관계가 맺어질 때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그들을 보지 않으면 보고 싶다. 그만큼 필자의 마음속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봉사활동단체 이름은 “샤인, Shine”이다. 일주일에 한 번 보육원을 방문한다. 나는 방문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약속을 정해 친구를 만나듯, 일주일에 한 번 약속을 정해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아이들이 필자를 기다리든 기다리지 않든 상관없이. 하지만 나는 안다. 그들도 우리 Shine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1시간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학습이 진행된다. 그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이다. 아무리 공부를 못한다 해도 학생이기에 성적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으며, 고학년이 될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클 수밖에 없다. 그들이 아무리 공부를 하기 싫어하고 포기한다 할지라도, 우리 Shine이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들의 삶을 고민하는 우리이기에 아이들을 만나고 함께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 생각하게 된다. 일주일에 한번 1시간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성적이 빠르게 오르는 것도 아니며, 아이가 갑자기 변하는 것도 아니다. 아이가 어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와줄 수 있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이럴 때 부정할 수 없는 한계가 느껴진다. 한계가 느껴질 때마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수없이 생각하고 고민한다.
  결론은 “Keeping Going!" 필자가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또한 최선을 다해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그것이 필자가 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필자가 선택한 봉사활동단체의 이름인 Shine이라는 이름처럼 빛이 되기를, 아이들을 향해 빛을 비추기를 원한다.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오히려 아이들이 필자의 삶의 빛이 되어주었다. 아이들과 함께 자란 나. 나와 함께 자란 아이들. 그렇기에 이 아이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으로도 나의 시간을 내어 함께 할 아이들에게 입술과 행동으로 위로하고 더욱더 사랑하고 싶다. 이 수기를 보는 이들에게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어 보는 귀한 기회를 가져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런 마음을 가지는 순간 당신의 마음속에는 희망과 사랑이 빛이 되어 당신의 삶 또한 비춰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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