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웃사이더를 향한 대중의 기대심리가 포착되고 있다. 지난 9일(한국 시각) 폐막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로 최고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이로써 김 감독은 한국 영화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칸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중 한 곳에서 최고상을 받는 대업적을 이룬 것이다. 세계인의 마음을 흔든 영화를 제작한 예술인이지만 정작 고국 땅에서 김 감독은 아웃사이더로 통한다. 대중의 사랑을 받은 다른 아웃사이더도 있다. 영화로 제작돼 대성공을 거둔 다음 웹툰 <이끼>의 만화가 윤태호 작가 역시 돈이 없어 제대로 된 미술교육을 받지 못하고 소위 말하는 주류사회에는 편입돼 본 적이 없는 아웃사이더다. 그는 만화학원에 다니기 위해 서울에 올라왔지만, 생활비가 모자라 노숙생활까지 했다. 그렇게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이끼>로 이름을 날리기까지 무려 20년이 걸렸다.
  아웃사이더란 기성사회의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사상을 지니고 행동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개인보다는 집단에 집중하는 성향이 뚜렷한 한국인들 사이에서 아웃사이더는 말 그대로 외부인으로 치부됐다. 그런데 지금 아웃사이더에 대한 시선이 변하고 있다. 사람들이 점차 인사이더들에게 지루함을 느끼면서 변화를 기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판에서 기존 정치인들은 아웃사이더 등장을 경계하고 있다. 반면 20?30대를 중심으로 한 사람들은 어느 시점에 아웃사이더가 지루한 정치판에 뛰어들어 신선한 돌풍을 불러일으킬 것인가를 기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현상을 두고 정당정치 이론가들은 우리나라의 정당이 다양한 유권자를 대변하지 못하고 정치인은 선거 승리에만 몰두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자신을 대변하지 못하는 정치인과 정당의 모습에서 유권자들은 탈출구를 찾게 되고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마치 변방에서 온 구원자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정치는 인사이더들이 점령한 것과 다름없었다. 오랜 독재 기간을 겪었고 민주화를 쟁취한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다. 여전히 독재의 잔재는 남아있고 정치란 무엇을 하는 일이며, 민주화는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 역시 끝나지 않았다. 국민의 의사를 반영한 정당정치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바로 이때 인사이더가 세워둔 견고한 벽을 망치로 두드리는 아웃사이더의 망치질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의 용기,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참신함이 우리나라 정치 한계를 극복하고 한발 더 전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제19대 대통령 선거까지 채 100일도 남지 않았다. 어떤 후보가 등장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비방하기에 여념 없는 기존 정치인들은 그만 틀 안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정치란 국민의 삶을 책임지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일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올바른 정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인사이더뿐만 아니라 아웃사이더 역시 당연히 필요한 존재가 된다. 오는 대선에서는 다양한 후보자들이 더욱 다양한 공약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그들이 인사이더들만이 이끄는 사회가 결국 ‘그들만의 리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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