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의 발전’이라는 같은 목표 아래 ‘총장직선제 폐지’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지닌 교수회 이병운 회장과 교무처 김대현 처장을 만나봤다.

<교수회 이병운(국어교육) 회장>

 ‘총장직선제 폐지’ 학칙개정이 진행된 것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고등교육법에는 총장에게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공고를 할 수 있는 학칙 개정권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충분한 절차를 지키는 게 일반적인 관례인데 이를 무시하고 총장이 학칙 개정을 발의해 유감스럽다.

 현재 상황을 볼 때 총장직선제 또한 대학의 자율성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은데, 여전히 총장직선제 유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은 본래부터 자율적인 조직체다. 이런 조직의 수장을 학내 구성원이 뽑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우리 학교에서 총장직선제는 1991년에 대학 민주화의 일환으로 생겼다는 상징성도 있다. 총장직선제의 폐단을 앞으로 고쳐나갈 의지가 있는데도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압력 때문에 폐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총장직선제의 개선안에 대해서 지난 6월에 논의를 했다고 들었다. 직선제 개선안으로 어떠한 방안들을 계획하고 있는가.
  -지난 6월 13일 논의된 핵심 내용은 ‘대학은 자정능력이 있으니 스스로 직선제 폐단을 고쳐나가겠다. 학원 자율성의 학살을 멈춰야한다’는 내용이었다. 주요 개선 방안으로는 총장 출마를 1회로 제한하거나, 총장임용추천위원회에서 후보 2명을 정한 뒤 구성원들의 투표를 통해 총장을 추인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총장직선제가 폐지되지 않을 경우에 부실대학 선정으로 인한 행?재정적 불이익과 같은 실질적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부실대학으로 선정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 대학은 세계대학 평가에서 아시아 63위이고, 경북대, 전남대와 함께 주요 지역 거점 대학으로 손꼽히며 전통도 있다. 한마디로 국립대의 상징이다. 이런 대학을 구조조정 하겠다면 어떤 평가 기준으로 부실 대학으로 선정하는 지 되물을 수 있을 것이다.

 총장 직선제 폐지 이후 발생할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교과부의 의도대로 총장과 구성원들이 길들여져 말 잘 듣는 학교가 되는 게 문제라고 본다. 사회에 대한 비판 기능도 약화될 것이다. 교과부의 의도는 말 잘 듣는 학교를 만들어 법인화하려는 것이다. 법적으로 중앙정부에서 독립시켜 재정 지출을 줄이려는 의도다. 총장직선제가 없어지는 것이 우리 대학이 잘되는 길이라면 나 역시 발 벗고 나설 것이다. 하지만 직선제를 없애려는 교과부의 의도가 국립대에 대한 지배권 확대와 법인화인 만큼 장기적으로 우리 대학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 본다.
 
6. 총장직선제 폐지를 막기 위한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국교련)이나 교수회의 향후 대응 방안과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난 6월 24일 교과부 장관을 직권 남용으로 형사 고발한 상태고 지난달 24일 교과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 및 해임 건의를 청원했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교수들은 폐지를 막을 만한 권한이 크지 않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호소할 뿐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직선제를 폐지하는 비민주적인 총장의 행동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 국?공립대 총장들 또한 교과부 장관의 위헌적 행동에 대해 ‘이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맞서야 한다.

<교무처 김대현(교육) 처장>

 학칙 개정은 어떠한 절차를 통해 이뤄졌는가.
 -교수회를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쳤다. 7개월 동안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집행부 안에서도 학교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길을 선택하고자 고민했다. 교육 공무원법 24조에 의하면 총장 선출방식에는 ‘총장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에 의한 방식’과 ‘교수들 간에 합의된 방식’ 두 가지가 있다. 현행 부산대 학칙은 ‘교수들 간에 합의된 방식’으로 돼 있는데 이 방식을 교육 공무원법에 따라서 ‘총추위에 의한 방식’으로 학칙을 변경하고자 하는 것이다.

 총장직선제 폐지를 위한 학칙개정이 총학생회나 교수회 등 학내 구성원의 반발에도 급하게 추진된 배경은 무엇인가.
 -현재 38개 국립대학 중 100%가 직선제를 폐지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학교만 직선제 폐지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음 달에 있을 구조 개혁 중점 대학으로 선정되면 학자금 대출 한도 제한, 재정 운영 감사 등 많은 제약과 간섭을 받게 된다. 또한 국립대학은 정부로 부터 행?재정적인 지원을 많이 받고 있다. 교과부에서 총장직선제 개선 여부를 대학평가의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총장직선제 개선’ 수용여부에 따라 행?재정적 지원이 결정된다.
  실제 학생들의 1인당 교육비가 한 해에 약 700~800만 원인데, 학생들이 약 400만 원의 등록금을 내면 교과부에서 절반 가량을 지원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재정의 상당부분을 지원하는 교과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끝까지 평행선을 달리기는 사실상 어렵다. 대학의 존립을 위해서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의 방안을 택했다.

 앞으로의 총장선출방식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대학 총장이 총추위를 구성하도록 돼 있다. 총장의 남은 임기인 3년 동안 법령 하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쳐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개선안을 만들 계획이다. 대의기구인 교수회와 논의하고 대학 평의원회와도 논의해서 독단적으로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간선제 형태로 선출방식이 수정되면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 반영이 약화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반대 움직임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가.
 -총추위에서 구성원들의 선호도 조사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직선제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고 본다. 반대의 이유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학교를 위한 길로 총장직선제 폐지를 선택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학칙 개정 이후에도 훌륭한 총장을 선출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모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직선제가 대학 민주화의 상징성이 있는데 폐지가 된다면 대학의 자율성, 민주화의 상징성에 상처가 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대학 외부에서는 직선제가 폐지됐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훼손되었다고 인식하지 않는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총추위 체제로 가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