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속 여몽

  “여몽은 관우를 죽인 인물로만 알 뿐 자세히는 모른다”는 조영준(언어정보 4) 씨. ‘오의 대도독’ 여몽은 이처럼 그의 능력보다 ‘관우’를 죽인 인물로 더 유명하다. 그러나 그에게서는 현대 사회에 필요한 정치적 능력과 융합형 인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정사 <삼국지>를 편찬한 진수는 일찍이 여몽을 “용맹하면서도 지략에 능하였으니, 무장으로써 그만한 인물은 없었다”고 평했다. 여몽은 조조와 손권의 대결이었던 적벽대전에서 선봉장으로 출진해 오군의 승리를 이끌었다. 또한 ‘괄목상대(刮目相對)’ 고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여몽은 본래 무력이 강한 전형적인 맹장이었다. 하지만 손권이 학문에 대한 중요성을 깨우쳐주자, 이를 받아들이고 학문에 정진해 마침내는 대도독의 자리까지 올랐다. 또한 유비와의 이릉대전을 승리로 이끈 육손을 천거하기도 했고 당대 최고의 무장 관우를 계략으로 무너뜨려 형주를 손에 넣기까지 했다. 비록 42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했지만 그의 행적은 <삼국지>의 전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여몽의 형주 공략은 위, 촉, 오의 천하삼분지계를 깨뜨리는 전환점이 됐다.
 
남덕현(중어중문) 교수는 “분단국가에다 강대국들에게 휩싸여있는 현대의 한국과 오나라는 비슷한 점이 있는데, 여몽은 그런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인물이며 세상이 돌아가는 정세를 제대로 판단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고 평했다. <삼국지>같은 혼란의 시대나 현재의 ‘글로벌 시대’에는 각 나라간의 세력이 유기적이고 복잡하게 돼 있어 정세를 제대로 읽어내고 과감하게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여몽은 끝없는 분석과 냉철한 판단으로 형주를 과감히 공략한다. 남덕현 교수는 “여몽의 형주 공략은 위촉오의 관계에 큰 영향을 줬는데, 특히 안정돼있던 삼국의 균형을 깨고 새로운 방향으로 전략을 짠 것은 개척자 정신의 발로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공공의 적인 위가 아니라 실리를 얻을 수 있는 촉을 공격한 결단에서 여몽의 개척자 정신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몽은 현재 시대가 요구하는 이상적 인재상인 융합형 인재에도 부합한다. 괄목상대의 고사에서 우리는 여몽의 철저한 자기 수양과 성찰을 통한 발전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그가 단순한 맹장에서 지략을 더하고 정세를 읽는 눈마저 얻으며 대도독까지 올랐다는 것 역시 발견할 수 있다. 여몽이 뛰어난 무력에 지략과 정치력을 융합했다면 현대 ‘융합형 인재’의 융합은 학문의 통섭과 산업과의 연계를 의미한다. 시너지 효과를 내는 요소를 결합하여 더 나은 방안을 찾아내는 통섭형 인재의 원형을 과거 여몽의 모습을 찾아 통해 볼 수 있다.
 
<삼국지연의>나 정사 <삼국지> 모두 오나라는 비중이 작고 그다지 조명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오나라는 여몽과 같은 인물이 있었기에 가장 약한 국력을 지니고도 당당히 <삼국지>의 한 축을 이루고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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