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하게 시작된 새봄에 들려오는 학교 소식은 매우 우울한 것뿐이다. 우리 구성원을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전임총장의 최대 업적이라고 알려진 발전기금이 거의 고갈되었다는 사실이다. 작년 겨울 우리대학 동창회의 이름으로 발간한 전임총장 공덕집에서 자랑한 발전기금은 어디로 간 것인가. 대학을 공장으로 만들려는 외부세력의 질시어린 시선은 이 사태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대학생들이 친구의 보고서를 베끼거나, 시험지를 훔쳐보면 심각한 불이익, 때에 따라서는 퇴학에까지 이르는 치명적인 조치를 받게 된다. 교수는 이보다 더한 엄격함을 요구받는다. 연구비 집행에서 10만원만 구멍이 생겨도 정부당국으로부터 정밀실사를 당하게 된다. 학교에서 사용되는 재원에는 언제나 엄밀함이 요구된다. 그러나 수십 수백억의 돈이 사라진 사태가 벌어져도, 그에 대한 책임 추궁이 없다면 이것은 정의와 진리를 추구한다는 대학의 모습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간 발전기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확인되지 못한 소문이 많았다. 학내기관에서 만든 보고서마다 그 발전기금의 액수도 들쑥날쑥 하였다. 발전기금재단에서 주장하는 이야기가 다르고, 대학본부의 자료도 때에 따라서 차이가 있었다. 발전기금에 관련된 해괴한 소문 중 하나는 현금 십여 억 원을 넣어주면 해당 기관의 건물을 제일 먼저 지어준다는 것도 있었다. 발전기금 속에 응축된 이러한 형식적 모호함과 내용적 무작위성은 이미 그 부실함을 알려주는 조기신호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대학 기숙사, 그리고 발전기금으로 수행된 각종 엉터리 기획과제에 대한 소문도 퍼지고 있다. 불필요한 소문의 확대생산과 오해의 증폭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대학당국은 관련된 사실은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특히 방만하게 집행된 발전기금의 문제는 영수증과 종이 서류로 소명되는 식의 형식논리를 넘어서야 한다. 모든 내용은 대학 구성원 대다수가 이해되는 본질적인 면에서 검증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이나 가정이 잘 살려면 밖에서도 잘 벌어야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정 내부의 재화를 규모 있게 집행하는 것이다. 특히 대학이라면 이에 더하여 정의로움이 그 과정에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대학의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면 밖에서 잡아왔다는 산토끼도 실은 헛것이며 그나마 그간 아껴 키워온 집토끼마저 날려 먹은 형국이 되고 있다. 신임 총장님을 비롯하여 새 집행부는 보충할 산토끼보다는 잃어버린 집토끼부터 먼저 뒤져서 찾아내야 한다. 특히 발전기금에 관하여 잘못이 있는 경우, 사안에 따라서는 법인의 자격으로 고발조치해야 할 것이며 사적으로 운용된 자금은 법의 강제를 통하여 환수해야 할 것이다. 신임 총장님의 공약대로 효원문화회관의 계약과 관련된 사실도 곧 밝혀지리라 기대한다. 그 과정에서 상식과 부합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위기는 단결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지금의 위기는 우리 부산대학교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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