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신문 기자로부터 원고 부탁을 받고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할지 꽤 오랜 기간 고민을 했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고 이미 내 글이 방향을 제대로 잡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럼 방법이 없지 않은가? 모두가 알고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보자. 바로 제목 그대로 글을 풀어 나가보는 것이다.


  강의실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를 보기 위해 직접 강의실로 향했다. 수학과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강의실 “창”너머에 테니스장이 보인다. 그래. 강의실 너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지 않겠는가? “다들 건강 챙기십시오”


  이제 강의실 “문” 너머로 눈을 돌려 보았다. 화장실이 보인다. 화장실은 생리적 현상 해결을 위해 너무도 중요한 장소 아닌가? 생리적 현상이 무척 급한데 누가 강의실로 먼저 향하겠는가? 그렇다면 강의실보다 화장실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 그럼 의문이 생긴다. 강의실 너머에 오히려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이 있는 게 아닐까?


  복도와 계단도 보인다. 이 두 가지는 선택을 요구한다. 나의 경우 강의실을 나온 후 선택은 연구실 외에 별다른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 학생들은 어떨까? 틀림없이 훨씬 많은 선택이 있다고 확신한다. 과제나 취업준비를 위해 도서관 선택, 친구 만나러 가는 선택, 그리고 애인에게로 달려가는 선택 등 확실히 나보다는 무척 다양하다.


  이제 강의실 너머 조금 더 먼 곳으로 옮겨보자. 금정산, 미리네 계곡, 까치, 산고양이, 때때로 운 좋으면 꿩까지 너무도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틀림없이 강의실 너머에 우리가 보고 듣고 느낄 것이 강의실 안보다 더 많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또한 우리 캠퍼스 안에 있지 않은가? 푸른 하늘까지도. “부산대학교 감사합니다”


  이제 혹시 강의실 너머의 또 다른 의미는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강의실은 수업이 이루어지는 곳이니 나의 경우 강의실 너머에 연구가 있다.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역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나 스스로가 측은하다.


  학생들의 경우는 어떤가? 아마 제일 중요한 것은 취업이 아닐까? 근데 어찌 우리 학생들의 강의실 너머에 있는 가장 중요한 단어인 취업이 희망적으로 와 닿지 않는가? 우리 세대(85학번)에게 취업은 꽤나 희망적인 단어였다. 그럼 지금 우리 학생들이 그 때보다 취업 준비를 열심히 하지 않는가? 답은 단호히 “No”다.


  그럼 문제가 뭘까? 답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 고백하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그리고 다짐 하나. 이제부터 나의 강의실 너머에 연구뿐 아니라 우리 학생들의 취업도 있어야겠다.


  또 무엇이 있을까? 지구 온난화, 4대강, 무상급식 주민투표, 금융위기, 전세난 등이 보인다. 그런데 강의실 너머에는 왜 우리 학생들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밝은 것은 보이지 않는가? 그래. 개학하면 9월의 맑은 가을날에 제2사범관 강의실 너머에 있는 소나무 숲속에 가서 시원한 막걸리 한 잔, 파전과 함께 모든 문제를 해결해보자. 나는 우리학교 학생들의 능력을 믿는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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