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달에 처음 발자국을 남겼던 인류는 아직까지 화성에 발자국을 남기지 못했다. 지금까지도 화성에 방문한 것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들뿐이다. 만약 화성에 누군가 살고 있다면, 어쩌면 그 화성인들은 지구인이란 종족들이 영화 〈트랜스포머〉의 변신 로봇처럼 바퀴 달린 로봇 종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껏 지구에서 찾아온 녀석들의 모습이 다 로봇들뿐일 테니 말이다.

20세기 말 당시 사람들이 곧 다가올 21세기의 창창한 미래를 상상하며 그린 그림들을 보면, 왠지 민망해진다. 20세기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영화 〈백투더 퓨처〉에서 그린 미래상이 벌써 지나가 버린 2015년의 모습이었고, 만화영화 〈원더키디〉 속에서 은하계를 여행하는 미래상이 사실 올해 2020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기대에 비해서는 현실 세계의 공학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에는 큰 괴리가 있다는 교훈을 준다. 

특히 로봇 탐사선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을 보내는 유인 우주 탐사의 발전은 더욱 더디다. 살아 있는 사람을 보내는 것은 또 다른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살아 있는 사람이 지구 밖 다른 행성으로 가는 것이 지금껏 실현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목적지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화성까지만 해도 가는 데 최소 4~5개월은 걸린다. 그 긴 시간 동안 물자가 제한된 비좁은 우주선 안에서 탑승자가 굶지 않게 식량을 제공해야 하고, 또 긴 우주여행으로 외롭지 않게 다양한 놀 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게다가 우주선은 가능한 중량을 줄여야 연료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짐도 많이 가져갈 수 없다. 우주여행은 가장 극단적인 효율성을 요구한다. 

그리고 사실 우주여행에서 효율성을 가장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은 바로 우주선에 탑승한 살아 있는 사람이다. 지금도 화성으로 굳이 사람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로봇을 보내는 것이라면 잘하고 있다. 사람에 비해서는 신경 써야 할 요소들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토리를 위해 어쨌든 사람이 우주를 여행해야 할 필요가 있는 많은 SF 작품들에서는 긴 여행 시간 동안 우주인들을 동면시키거나, 어쨌든 초광속 여행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대충 얼버무리고 이 현실적인 문제를 회피하곤 한다. 

한편으로는 우주가 얼마나 거대한지를 상상하다 보면, 인류의 유인 우주 탐사 개발의 의욕이 떨어지는 듯한 슬픈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제 갓 지구를 벗어나 달과 다른 행성에 방문하기 시작하던 초창기, 아직 풋풋했던 낭만주의적 시각이 남아 있던 때만 하더라도 우리는 조만간 곧 또 다른 혁신적인 항법으로 더 넓은 우주로 진출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씩 더 넓은 우주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우리가 만난 것은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광막한 우주의 암담한 현실이었다. 우리는 그저 우주가 너무 지나치게 넓다는 당연한 사실을 매번 재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여전히 지금 기술로도 태양계를 벗어나는데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이마저도 살아있는 사람이 아닌 로봇 쇳덩어리를 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마치 우주의 광막한 스케일 자체가 우리를 비웃으며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과연 너희는 너희 고향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또 다른 행성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 같은가?” “노력한다고 그게 될 것 같은가?” 과연 이 너무 지나치게 넓은 우주 공간이 던지는 무심한 질문, “우리는 과연 지구를 벗어날 수 있겠는가?” 라는 질문에 인류는 긍정적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이 우주의 무심한 스케일이 반대로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결국 다른 행성에 진출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그것은 우리가 부족해서 아니라 우주가 너무 넓어서, 우주가 너무 불친절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현재 SpaceX를 비롯한 많은 민간기업과 기관에서는 화성으로 인류를 보내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SF 작품에서 흔하게 그려져 이제는 익숙해진 화성 식민지화, 화성 테라포밍 작업은 사실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회의적인 비판도 최근 많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인류가 지구 바깥 다른 곳으로도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실현될 수 있을까?아니면 그저 막연한 공상에 불과할까?

지웅배(연세대 은하진화연구센터)
지웅배(연세대 은하진화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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