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 강의가 보편화된 지 1년 반이 되어간다. 최근 백신 접종 시작과 함께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진 탓인지, 그동안 집, 기숙사, 또는 자취방 안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는 답답함을 이제 더는 견디지 못하는 탓인지 모르겠지만, 캠퍼스를 오가는 학생들이 대폭 늘었다. 코로나 걱정도 잠시 덜어두고 오가는 학생들을 바라보자니 만감이 오간다. ‘그래 역시 캠퍼스에 학생들이 북적거려야 제맛이지!’ 하지만 기쁨은 잠시 이내 이상함이 느껴졌다. 학생들은 다니는데 너무 조용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대부분 학생은 혼자서 마스크를 끼고 바삐 도서관이나 강의실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캠퍼스에 학생들의 모습은 보이지만 이야기 소리나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장기화된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바뀐 대학의 시대상이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가장 큰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 공동체의 붕괴다. 이는 매우 역설적이다. 마스크를 끼고 개인의 생존을 위해 타인과의 교류를 줄여야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모두 갈가리 찢어놓았다. 사실 코로나 이전에 이미 ‘혼밥’, ‘혼술’ 등 혼자서 먹고 즐기는 문화가 진행 중이었지만, 코로나는 성별, 나이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사람의 삶을 개인화시켰다. 이제는 공부도, 쇼핑도, 영화 관람도, 여행도, 모두 혼자 한다. 때마침 발달한 스마트 기기는 혼자서도 충분한 개인화된 삶을 적극 돕는다. 공부도, 쇼핑도, 영화 관람도,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여행은 안 가도 3D 가상 현실로 간접 체험할 수 있다. 그래도 온종일 방 안에 있자니 몸이 찌뿌둥하다. 마스크를 끼고 바람이라도 쐴 겸 찾아간 캠퍼스, 갑작스레 많아진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다시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한다. 

이렇게 철저히 개인화된 삶에 공동체는 없다. 아래윗집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내 개인화된 삶을 방해하는 존재일 뿐이다. 그들이 왜 그런 소리를 만들어내는지 궁금하지 않다. 다만 내가 강의를 듣는 동안에 제발 방해하지 말았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졸린 눈을 부릅뜨며 들은 온라인 강의도 벌써 세 개째, 창문 너머로 어슴푸레 어둠이 찾아오는 걸 보니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간다. 저녁에는 또 어떤 편의점 도시락을 때워야 할지 걱정이 슬그머니 고개를 치켜든다. 이것이 2020년부터 1년 6개월간 이어져 오는 대학생들의 삶이다. 학생들이 개인화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코로나 시절, 학생들의 공동체인 학생회, 학과 소모임, 동아리는 그 존재 자체가 명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경우가 부지기수다. 없어진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공동체의 붕괴는 심각하면 심각할수록 눈에 띄지 않는다. 

며칠 전 신임 국무총리가 코로나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사람은 7월부터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되며, 집합 금지 인원수에 포함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드디어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날이 가까워지는 것일까? 이 소식 이후 백신 접종 예약률이 대폭 증가했다는 후속 보도를 보며, 코로나 극복 가능성에 갑작스레 맘이 설렌다. 그런데 코로나만 극복되면, 붕괴된 공동체는 자연스럽게 재건될 수 있을까?비대면 상황이라도 서로에 대한 관심과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는 것이 공동체 재건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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