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턱, 저기도 턱. 방해물 투성이인 관광지의 실태

2017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관광활동의 차별금지’ 조항이 신설되면서, 장애인들이 관광지에서 겪는 고충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와 관광사업자는 △점자블록 △경사로 △휠체어리프트 등의 편의시설을 신설하고 △점자 안내 △수어 통역 △음성 안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관광지에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조치가 부산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부산광역시청은 <부산광역시 관광약자를 위한 접근가능한 관광환경 조성 조례>를 제정해 장애인 편의시설을 마련했다. 부산장애인여가활동지원협회는 부산시청의 지원을 받아 무장애 관광지를 소개하는 안내 책자 <모두 함께 가는 부산 여행길>, <부산에 오면 자유로워진다>를 발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에게만 문턱을 높이고 있는 부산 관광지가 파다하다.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없어 관광지로의 접근이 힘겨운 것이다.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 해변열차와 송도해상케이블카의 경우, 전동 휠체어의 탑승이 불가능하다. 시각장애인인 김태은(북구, 38) 씨는 “광안리나 해운대에 방문했을 당시, 점자블록이나 음향신호기가 부족해 관광을 즐기지 못했다”라고 토로했다. 관광지를 방문하더라도, 관광지 해설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관광지 차원에서 △점자 및 음성지원 △수어 통역 △장애인 관광 보조인력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장애 관광지 홍보물에 안내된 편의시설이 실제 관광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문제도 발생한다. 지체장애인인 부산장애인연대 장향숙 대표는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있다고 해서 방문했지만,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라며 “무장애 관광코스는 장애인 당사자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제작된 정보”라고 말했다.

이처럼 무장애 관광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이유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명시한 관광활동 보조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장애인이 관광시설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기 어렵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관광사업자가 ‘관광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것으로 규정하며, 그 범위를 관광시설 접근 및 이용에 대한 정보 제공과 관광활동에 도움을 줄 보조인력 지원으로 정했다. 하지만 그 밖의 기준과 범위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고 있다.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전윤선 대표는 “법적으로 제공해야 할 편의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으니 관광사업자의 주관에 따라 편의를 제공하면 그만”이라고 전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관광을 매우 좁은 개념으로 보고 있어, 실질적인 관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 관광은 단순히 관광지를 방문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광지 주변의 상권과 서비스 시설을 즐기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관광지 주변의 상황까지 고려하지 않아, 무장애 관광을 실현하는 데 역부족이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관광에 대한 법안은 숙박과 식사, 교통 등의 요소도 함께 다뤄야 한다”라며 “현재 법안에는 빠져있어 무장애 관광의 걸림돌이다”라고 전했다.

법과 제도의 개선에 앞서, 지자체가 무장애 관광 환경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법과 제도의 개선을 기다리기보다, 지자체 스스로가 무장애 관광을 실현하길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지자체가 무장애 관광 환경을 조성하게 되면, 각 지자체의 지리적 특성에 맞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건설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특히 부산의 경우 △범어사 △용두산공원 △감천문화마을 등 장애인이 접근하기 힘든 경사로나 산지에 있는 관광지가 많아 경사로에 적합한 편의시설의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안성준 연구원은 “부산의 경우 굴곡이 많은 곳 중에서도 경사가 완만한 부분을 찾아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만든다면, 장애인을 위한 새로운 관광 코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가 실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지자체가 관광지 주변의 식당·상점에 장애인 편의시설 인증을 부여하거나, 지자체가 관광지를 개발할 때 데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것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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