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턱, 저기도 턱. 방해물 투성이인 관광지의 실태

범어사에 가려면, 지하철을 타고 범어사역에서 내려 90번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하지만 지하철을 타는 순간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시각 장애인을 위해 개찰구로 안내하는 점자블록이 있지만, 어떤 개찰구가 범어사역으로 향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범어사역에 도착해서는 엘리테이터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한참을 헤멘 후에야 꼬리 칸 가까이에서 엘리베이터를 발견할 수 있다. 가까이에 있는 휠체어 리프트는 작동하지 않았다. 나지막한 언덕을 올라 90번 버스를 탈 수 있는 ‘범어사 입구’ 정류장까지는 수월히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90번 버스는 저상버스가 아니기 때문에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하는 이들이 탑승하기 어렵다. 이에 부산광역시청이 운영하는 장애인 콜택시 ‘두리발’에 전화를 걸어 범어사까지 가는 택시를 배차할 수 있을지 문의했다. 안내원은 전화번호를 등록한 후 배차를 기다려야 하며, 배차가 이뤄지는데 평균 20~40분이나 소요된다고 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범어사에 도착해 관광안내소를 찾았다. 장애인의 관광에 필요한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관광안내소의 입구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점자블록이나 난간도 없이 높은 돌계단을 넘어야 한다. 겨우 들어선 관광안내소에서 장애인 관광객을 위한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수화 통역의 경우 사전 예약이 필요하며, 음성안내나 점자로 된 책자는 보이지 않았다.

범어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싶더라도, 휠체어를 탄 경우 여의치 않다. 각 사찰의 진입로 곳곳에 계단이 있어, 완만한 차도만 이용이 가능했다. 많은 곳의 바닥이 울퉁불퉁해 휠체어가 다닐 수 없고, △조계문(일주문) △천왕문 △불이문 등은 계단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문 너머를 구경할 수 없었다. 최해진 문화관광해설사는 “경사로를 오르내려야 해 휠체어를 탄 관광객이 보호자 동행 없이 관람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범어사 소개문에 등장하는 14여 개의 장소 중 휠체어로 접근할 수 있는 곳은 대웅전 앞마당의 △보제루 △종루 △석등 △삼층석탑 △비로전·미륵전 4곳에 그쳤다. 대웅전을 비롯한 나머지 불당들은 마당에서 계단을 올라야 해, 불당 내부를 멀리서나마 엿볼 수밖에 없었다.

범어사에서 내려올 때는 다른 관람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길을 이용했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길을 골라 다녔을 경우에 볼 수 없었던 △조계문(일주문) △천왕문 △불이문을 마음껏 관람할 수 있어, 범어사는 장애인들에게 멀고도 먼 관광지라는 점을 더욱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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