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며칠 전 2021년 4월 21일에 뉴 호라이즌스 탐사선이 태양에서 50AU 거리, 즉 지구보다 무려 50배나 먼 거리를 벗어났다. 2006년 지구를 떠났던 뉴 호라이즌스 탐사선은 이후 9년간 태양계 행성 간 우주를 항해했고, 2015년 7월 성공적으로 명왕성 곁을 지나갔다. 이전까지 그 어떤 탐사선도 방문하지 못했던 명왕성의 실제 민낯을 보여주었고 또 빠르게 더 먼 우주를 향해 날아갔다. 이후 2019년 1월 1일 새해 첫날 뉴 호라이즌스는 최초로 명왕성보다 더 멀리 있는 카이퍼 벨트 천체 곁을 지나는 역사적인 탐사에 성공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카이퍼 벨트를 누비며 태양계 바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렇게 외로운 여정을 이어가던 뉴 호라이즌스 탐사선은 드디어 태양에서 50AU 떨어진 지점을 지나면서 우주 탐사의 역사적인 체크 포인트를 지나게 되었다. 그 여정에서 뉴 호라이즌스는 자신보다 무려 30여 년 앞서 지구를 떠나 우주로 향했던 대선배님 보이저 1호 탐사선을 추억했다. 뉴 호라이즌스가 멀리서 날아오는 전파 신호를 바탕으로 추정한 보이저 1호 탐사선의 방향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은 NASA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보이저 1호는 현재 태양에서 약 152AU, 약 230억 Km 떨어진 먼 우주를 떠돌며 태양계를 탈출하고 있다. 인류가 우주로 날려 보낸 인공 물체 중 가장 멀리까지 날아간 가장 멋지고 가장 외로운 탐사선이다. 사진을 촬영하던 당시 뉴 호라이즌스는 보이저를 약 180억 Km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촬영했다. 당연히 탐사선 자체는 너무 작고 희미해서 사진에는 그 모습 자체가 찍히진 못했다. 하지만 전파 신호를 통해 추정한 보이저가 있어야 할 방향이 사진 속 노란 동그라미로 표시되어 있다. 아쉽게도 그 모습을 실제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작은 노란 동그라미 속 자신을 뒤따라 성간 우주로 뛰어들고 있는 먼 후배를 바라보며 흡족해 하고 있을 보이저 탐사선을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아주 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보이저도, 뉴 호라이즌스도 신호가 잡히지 않을 만큼 먼 성간 우주의 어둠 속으로 떠나게 될 것이다. 그때는 두 탐사선은 서로가 어디를 날아가고 있는지조차 바라보지 못할 정도로 멀어지게 될 것이다. 그런 날이 온다면 언젠가 우리가 날려 보낸 인공물체들이 오히려 태양보다 다른 별에 더 가까이 접근하며 지나가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보이저 1호는 앞으로 약 4만 년이 지나면 기린자리 방향에 있는 글리제 445 별에 약 1광년 안팎의 거리까지 접근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때는 보이저 1호에서 태양보다 글리제 445가 더 가까운 별이 될 것이다. 

지난 반세기 가까운 우주 탐사 역사의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 인류는 보이저 1, 2호, 파이어니어 10, 11호, 그리고 가장 최근의 뉴 호라이즌스까지 총 다섯 대의 인공 물체를 태양계 바깥으로 떠나보냈다. 그마저도 아직 태양계 외곽의 혜성들이 떠도는 오르트 구름은 진입하지도 못했다. 앞으로도 한 300년은 더 지나야 보이저가 오르트 구름에 진입하고, 다시 3만 년을 더 지나야 오르트 구름마저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우리는 아직 그 어떤 흔적도 고향 바깥으로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한 존재인 셈이다. 태양계라는 고향에만 갇힌 채 계속 조용히 숨어 살다시피 했던 우리의 존재를 바깥의 다른 누군가 알아봐 주길 바라는 건 어쩌면 아직은 기대하기 어려운 꿈이지 않을까. 인류의 우주적인 외로움을 달래주고자 기약 없는 항해를 이어가고 있는 탐사선들이 언젠가 그 답을 찾아주길 바랄 뿐이다. 

지웅배(연세대 은하진화연구센터)
지웅배(연세대 은하진화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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