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유지에도 바쁜 저소득층의 여가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문화누리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문화누리카드는 △문화 △관광 △스포츠 분야에서 매년 10만 원 상당의 지원금과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 방식이 번거롭고 가맹점을 찾기도 어려워 이용자들은 문화누리카드를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원금을 대부분 소진한 문화누리카드는 이용자들의 지갑에 방치되고 있다.
 

빛 좋은 개살구
문화누리카드

저소득층이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도입된 문화누리카드는 혜택과 수요가 매년 늘고 있다. 문화누리카드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문화 △관광 △체육 분야의 소비에서 유용한 혜택을 담고 있다. 이용자들은 매년 지급되는 지원금을 문화누리카드 가맹점에서 사용해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지원금을 모두 소진한 이후에도 이용자들이 자신의 돈을 충전하면 결제 시 할인 혜택을 받게 된다. 이러한 혜택과 수혜자는 2014년 문화누리카드가 도입된 이래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통합문화이용권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발급 대상자 대비 문화누리카드 발급 비율은 작년 73.8%로 2015년에 비해 16.8% 늘었으며, 1인당 지원금액도 꾸준히 늘어 올해 10만 원에 도달했다.

하지만 지원 확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이용자가 문화누리카드의 혜택 중에서도 지원금만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자들이 문화누리카드에 자신의 돈을 충전해서 할인 혜택을 누리는 데에는 소극적인 것이다. <2020년 통합문화이용권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작년의 카드 발급 수는 증가했지만 전체 발급자 대비 본인 충전자 비율은 6.6%에 그쳤다. 또한 지원금을 모두 사용한 비율은 2019년과 작년 모두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지원금을 유인책으로 삼아 이용자의 문화 향유를 증대한다는 문화누리카드의 목적이 제대로 달성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심원섭(목포대 관광경영학) 교수는 “지원금을 사용한 뒤 남은 잔액을 활용하기 위해 자신의 돈을 추가로 충전하면서 이용할 만한 매력이 없다”이라며 “이용자들이 지원금 이상의 혜택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문화누리카드의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IC칩 없어 결제 막히고
충전금 관리도 복잡

이처럼 문화누리카드 사용이 정체되는 이유로, 이용자들은 문화누리카드의 사용과 관리가 실용적이지 못한 점을 꼽았다. 온·오프라인에서 문화누리카드를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문화누리카드는 지원금을 담은 기프트카드로 제작돼, IC칩이 없는 마그네틱 카드 형태다. 이에 문화누리카드의 결제 방식인 MST(마그네틱 보안전송)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 가맹점에서는 문화누리카드 사용이 불가능하다. 마그네틱 카드 결제가 가능하더라도, 먼저 IC칩 승인 거절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지난 2015년 카드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개정돼, 모든 사업장의 카드 단말기가 MST에서 IC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또한 문화누리카드는 기프트카드인 탓에 온라인 결제에서도 제약이 있다. 일부 항공권의 경우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해 문화누리카드로는 직접 결제가 어려운 것이다. 

현장에서도 문화누리카드의 형태가 개선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지역 주관처가 문화누리카드 이용을 장려하기 위한 기획 사업을 구성할 때, 결제 방식 때문에 난관에 부딪히는 것이다. 인천문화재단 안지연 대리는 “이용자들에게 비대면 배송 서비스나 모바일 페이 같은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을 계획했으나 IC칩이 없어 온라인 결제가 불가해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라며 “지역 주관처에서도 중앙 부처에 IC칩 카드로의 전환을 건의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결제뿐만 아니라 충전과 잔액 관리 방법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다. 충전은 농협은행 영업점 방문이나 가상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이지만, 무통장 입금은 불가능하다. 또한 잔액 확인은 아닌 문화누리카드 공식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거쳐야 하며, 충전금 환불도 농협 은해 영업점을 방문해야 한다. 신만숙(금정구, 48) 씨는 “충전금을 관리하려면 인터넷이나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서 공인인증을 거쳐야 하고 출금도 해당 은행에서만 가능해 중년 세대에게는 번거롭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부족한 가맹점에
갈 곳 잃은 이용자들

문화누리카드를 이용할만한 곳이 적어 그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문화누리카드 발급은 지속해서 늘어나는 반면 가맹점은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 가맹점의 수가 소비자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20년 통합문화이용권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매년 약 2,000~3,000곳씩 가맹점이 줄었다. 이에 응답자들의 61.6%가 문화누리카드의 개선 사항으로 이용 품목 및 가맹점 수의 확대를 꼽았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맹점의 수나 업종이 다양해질수록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계자 A 씨는 “이용자들이 문화누리카드를 통해 문화생활을 즐긴다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가맹점의 확보가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또한 지역 간 문화 인프라에 격차가 있어 가맹점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중소도시는 대도시보다 가맹점의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가맹점의 업종도 한정돼 있어 이용자의 선택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201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표한 <통합문화이용권 빅데이터를 활용한 문화소외계층 문화향유실태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는 카드 사용률이 낮은 지역을 조사한 결과, ‘카드 사용이 적은 지역은 사용분야(업종) 수가 적다’는 결론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인프라의 영향에 대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양혜원 예술정책연구실장은 “도서·산간지역 이용자들의 경우 다양한 문화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프라가 부족해 카드를 사용할 곳을 찾기 어려워 지원금을 모두 사용하지 못하기도 한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운영상의 문제로 가맹점을 대폭 확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가맹점 모집은 주로 지역 주관처가 해당 지역의 사업자와 일일이 계약하는 형태로 이뤄져, 가맹점 수를 대폭 늘리기 어려운 구조다. 문화누리카드 성과평가 연구를 진행한 장앤파트너스그룹 윤혜란 연구원은 “영화관 같은 전국단위 가맹점은 일괄적으로 혜택을 적용하기 쉽지만, 지역별 가맹점은 개별 할인율이나 품목 등을 협상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또한 가맹점에 등록할 만한 유인책이 부족한 상황이다. 사업자들이 문화누리카드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은 데다 가맹점 등록에 대한 혜택이 없다. 안지연 대리는 “사업주에게 문화누리카드를 민간 카드사로 착각한 적도 있다”라며 “카드 수수료 감면 등의 혜택이 없는 상황에서 가맹점을 발굴하기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가맹점의 수와 분야가 한정된 탓에 지원금의 부정 사용이 일어나기도 한다. 주변에 이용자가 소비를 원하는 △문화 △관광 △체육 분야가 없어, 지원금을 쓰기 위해 편법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가맹점에서 지원 품목이 아닌 상품을 결제하거나, 지원금을 현금화하기 위한 중고거래가 그 사례다. 강원문화재단 관계자 B 씨는 “한 매장에서도 △문화 △관광 △체육 관련 상품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품목을 취급하다 보니 가맹점에서 생활필수품을 결제하는 편법이 발생하기도 한다”라고 답했다.
 

홍보와 기획 사업으로
맹점 극복해야

문화누리카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문화누리카드 이용 방법과 가맹점에 대한 홍보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화누리카드 발급 형태를 바꾸거나 가맹점 수를 대폭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탓에, 이용자들에게 가맹점 정보나 추가 충전 기능 등 활용법에 대한 안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세대별로 정보를 접하는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홍보 매체를 구분해 각 세대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필요가 제시됐다. 윤혜란 연구원은 “젊은 세대에게는 ‘카카오톡 친구 맺기’ 등 SNS를 이용하고, 노년층을 대상으로는 주민센터처럼 자주 이용하는 동선에 안내 책자를 비치하는 것이 이용률을 제고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또한 기획 사업을 통해 문화누리카드에 특성화된 프로그램이나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원금이라는 일회성 유인책과 달리, 기획사업으로 양질의 소비처를 발굴한다면 문화누리카드의 지속적인 이용을 유도할 수 있다. 심원섭 교수는 “문화누리카드가 매력적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본인 충전금을 사용할 만큼 알찬 사용처가 있어야 한다”라며 “소비자들이 문화누리카드를 여러 번 이용해야 하는 이유를 유관 기관이 고안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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