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홍등가의 불이 꺼져도 여전히 벼랑 끝에 놓인 여성들

성매매 피해 여성을 위한 지원 방안은 아직도 부족하고 갈 길이 멀다. 고난 끝에 성매매 산업의 착취 구조에서 벗어났지만 부족한 정책에 한 번, 차가운 사회에 두 번 넘어지곤 한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지, 그들을 위한 우리 사회의 역할은 무엇일지 알아보자.

 성매매 산업에 대한 문제제기는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이제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어떻게 지원해줄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출 차례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위한 자활 지원 방안을 살펴보자.

 

 

알맹이 부실한 자활 프로그램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게 제공되는 자활 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08년 <정부의 성매매방지정책 - 지역에서 대안찾기> 집담회에서 직업훈련을 받은 여성들이 직업훈련을 받지 않은 여성들보다 탈성매매에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자활 지원 기간을 늘려야한다는 주장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의 지원 기간이 짧아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자활을 돕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 기관인 민들레상담소 이정희 상담원은 “지원시설과 자활센터에서 1년 정도 여성들을 지원하도록 규정이 마련됐다” 라며 “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자활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기간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성매매 여성들의 재취업 기회를 확장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재훈(서울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연령대 등 개별적 특성을 고려해 지원 기간을 조정해야 한다”라며 “지역 고용센터와의 연계를 확대하면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다양한 직업군으로 진출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자활 프로그램이 탈성매매 이후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돕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성매매 피해 여성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사회적 활동의 경험도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들레상담소는 자활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여성들이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 중이다. 이정희 상담원은 “대중교통 이용을 어려워하는 피해 여성들도 있다”라며 “상담원이 관공서나 은행에 동행하면서 대중교통 이용법을 알려주는 등 밀접하게 도움을 주고 있다”라고 전했다.

부족한 성매매 피해 여성 자활 지원 체계의 문제점을 기존의 시설로 보완하자는 의견도 있다. 성매매 피해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자활지원센터에서는 맞춤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성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여성들이 상처를 입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반적인 지역 자활지원센터를 성매매 피해 여성의 자활 기관으로 이용하는 해결책이 제시됐다.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 박수정 현장지원팀장은 “지역 자활지원센터를 이용하는 분들은 성매매 피해 여성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부담이 적다”라며 “센터를 확충하는 것도 좋지만 현재 마련된 지역 사회의 재원을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전했다. 

 

업소를 나오는 순간 시작되는 위협

탈성매매를 한 여성들이 업소 밖의 삶을 꾸릴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마련돼야 하지만, 지원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은 선불금을 포함한 각종 빚을 떠안은 탓에 생계비와 주거 지원 없이는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편이다. 하지만 현재 성매매 피해 여성의 생계비를 보장하는 법적 근거는 집결지 자활지원사업으로 한정돼있다. 집결지 외에 산업형 성매매, 유사 성매매 업소에 종사하는 여성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 집결지 자활지원사업마저도 탈성매매 서약서, 자활 계획서 등을 제출한 여성 중 소수를 선발해 운영 중이다.

따라서 탈업소한 여성들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금전 지원책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집결지로 한정된 자활지원 사업의 대상을 확대하라고 주장했다. 해당 사업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선발 인원 및 지원 규모가 다르지만, 최대 2,000만 원가량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성매매 피해 여성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박수정 현장지원팀장은 “인원을 늘릴 뿐만 아니라 집결지 외에 다른 피해 여성들도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라며 “최근 지역별로 지원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기대하고 있다”이라고 밝혔다. 

 

진짜 자활은 마음의 자립으로부터

전문가들은 성매매 피해 여성의 성공적인 자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서적 지원 체계가 제대로 구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인숙(가톨릭대 사회복지학) 교수의 <성매매피해여성의 자활 과정 척도 개발> 논문에서는 ‘성매매 피해여성은 그 피해의 흔적이 강하고 깊어 이것을 회복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며 ‘성매매 피해여성의 특수성이 자활에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성매매 여성 지원 체계가 실적 평가로 이어지다 보니 정서적 지원보다 경제적 지원에 더 초점을 둘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정혜원 연구위원은 “성 산업 착취 구조에 시달린 여성들은 탈성매매 이후에도 무기력이나 심리적 어려움을 크게 느낀다”라며 “정서적 자립이 있어야 경제적 자립도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정서적 지원이 더 확충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부정적 시선에 지원 막히는 여성들

근본적으로 성매매 피해 여성을 위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성매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상황이다. 성매매가 여성폭력이며성매매 피해 여성이 피해자라는 인식이 부재해 지원 정책에 대한 반발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인천 지역 성매매 집결지였던 ‘옐로 하우스’ 여성들에 대한 자활 지원 조례가 마련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활 지원에 반대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반발이 여성이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다는 왜곡된 인식으로부터 근거했다고 설명한다. 황경란(단국대) 강사는 “성매매는 여성의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제한된 선택지였다”라며 “우리나라는 경제적 취약 계층 여성이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선택하는 구조를 조성하고, 여성만을 비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성매매가 여성폭력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성폭력과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 정책을 성매매 피해자에게도 제공하자고 말한다.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가 여성폭력으로 분류되지만, 사회적 합의가 부족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피해자에게 같은 수준의 지원을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인식의 변화를 위해 교육과 캠페인을 실시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이에 교육의 내용과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혜원 연구위원은 “보통 여성폭력에 대한 통합교육에서  성매매 관련 교육의 비중이 크지 않다”라며 “성매매의 성 착취 구조에 대해 중점적으로 접근하는 교육과 교육의 효과에 대한 평가가 함께 시행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