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홍등가의 불이 꺼져도 여전히 벼랑 끝에 놓인 여성들

성매매 피해 여성을 위한 지원 방안은 아직도 부족하고 갈 길이 멀다. 고난 끝에 성매매 산업의 착취 구조에서 벗어났지만 부족한 정책에 한 번, 차가운 사회에 두 번 넘어지곤 한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지, 그들을 위한 우리 사회의 역할은 무엇일지 알아보자.

부산광역시는 탈성매매를 위해 성매매 집결지를 해체하고,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근본적인 탈성매매 지원이 아닌 탓에 성매매 피해 여성의 자활을 실질적으로 돕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부산시의 탈성매매 정책과 문제점에 대해 알아봤다.

 

 

사라지는 성매매 집결지
커져가는 성매매 산업

부산광역시(이하 부산시)의 탈성매매 정책은 도시재생과 재개발을 통한 성매매 집결지 해체에 집중돼왔다. 성매매 집결지의 도시재생은 성매매 업소를 폐쇄한 자리에 이전의 흔적을 남겨두고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탄생시키는 방식이다. 재개발은 새로운 건물을 세우거나 거리를 조성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전주 선미촌이 폐쇄된 자리에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인권보호기념관이 세워지거나, 부산시의 범전동 300번지와 해운대 609번지를 폐쇄하고 재개발한 것이 그 사례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부산시의 정책이 성매매 산업의 실태와 동떨어진 근절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성매매 산업은 집결지 밖에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매매 집결지가 성매매의 주요 공급원이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그 형태가 △오피스텔형 △안마방형 △외국인 고용형 △개인형 △유사성매매형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또한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단속이 이뤄지면서 이러한 공간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지만, 성매매 분포는 음지화되고 있다. 김도우(경남대 경찰학) 교수는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가 사회적 지탄과 단속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최근 성매매가 음지에서 성행하다 보니 정책과 현실 간의 괴리가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탈성매매 이뤄져도
지켜주지 못하는 정책

집결지에 대한 물리적 제거만이 성매매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정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집결지 폐쇄 과정에서 피해 여성들에 대한 후속 조치가 미흡한 것이다. 집결지가 철거되며 갑작스럽게 탈성매매를 하게 된 여성들은 생계 해결의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보호 지원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실정이다. 부산의 성매매피해상담소 살림 김지영 소장은 “현재 상담이나 구조활동은 지자체가 아닌 민간에서 담당하고 있다”라며 “단순히 공간만 없애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이에 부산시는 집결지 폐쇄뿐만 아니라 성매매 피해 여성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했지만, 예산 편성은 전혀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부산시는 <부산광역시 성매매집결지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립·자활 지원 조례>를 공포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자는 △생계 △주거 △직업훈련과 관련된 비용이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악화되면서, 해당 조례에 근거한 예산이 배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외면받은 해당 지원책이 빠르게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게는 금전적인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성매매 산업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빚이며, 사회에 나와 집을 마련하고 직장을 구하기 전까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부산여성지원센터 꿈아리 김향숙 소장은 “성매매는 각종 명목으로 이자와 벌금이 추가되거나 업주들이 빚을 부풀리는 등 일을 지속할수록 빚이 늘어나는 구조”라며 “완전한 탈성매매를 위해서는 경제적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라고 전했다.

 

시설과 프로그램도 부족
진정한 자활 힘들어

성매매 피해 여성이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자활 시설이 확충돼야 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하다. 부산시가 발표한 ‘2020년도 여성가족정책 사업안내’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 여성을 위한 시설은 △상담소 2곳 △그룹홈(주거) 2곳 △자활지원센터(직업훈련) 1곳 △지원시설(의료·사회화·교육 등) 5곳이 있다. 하지만 이는 성매매 피해 여성의 수 비해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해당 기관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과 기간은 각각 7~15명과 1~2년 수준이다. 이에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완전히 사회에 정착하도록 돕는데 한계가 있다. 또한 부산의 경우 자활지원센터가 부산뿐만 아니라 울산과 경남 지역의 이용자까지 지원하는 상황이다. 부산시의 자활지원센터 숲은 “성매매 산업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탈성매매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현재 자활지원센터의 규모로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어 지역 내 센터 규모의 확대가 절실하다”라며 자활 지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현장의 전문가들은 자활 기관에 대한 정량적 평가가 현실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성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자활이 상담 건수나 자격증 취득 횟수를 기준으로만 평가돼, 탈성매매를 돕는 자활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지적이다. 황경란(단국대) 강사의 논문 <성과주의와 규제 안에서 성매매피해자 자활지원은 어떻게 실천되는가?: 반(反)성매매 운동 활동가들의 성매매여성 자활지원에 관한 제도적 문화기술지>에 따르면, 자활 현장은 피해 여성의 개별 상황에 맞춘 지원을 제공하기 때문에 정량적 성과체계로는 제대로 된 자활이 이뤄지기 어렵다. 이에 김지영 소장은 “자활의 최종 목표는 취업이나 자격증이 아니라 일상과 사회로의 복귀”라며 “실적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진정한 탈성매매를 돕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취지에서 멀어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코로나로 가로막힌
사회로의 복귀

코로나19로 인해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자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들은 자활 프로그램의 위축이나 고용시장에서 경쟁력 부족과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자활시설에서 제공받는 프로그램은 심리상담 및 집단활동을 통한 사회화 교육을 포함한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관련 활동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피해 여성들의 자활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도우 교수는 “대면으로 이뤄져야 효과가 있는 심리상담이나 교육들이 위축된 상황”이라며 “피해 여성들과 접촉이 힘들어져 지원책도 함께 멈췄다”이라고 전했다. 또한 자활 프로그램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직업훈련을 받지만, 코로나로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지자 피해 여성들의 자활 환경이 악화됐다. 자활지원센터 숲은 “성매매 피해 여성들은 자활시설 이용기간 내에 직업을 구해 자립해야 한다”라며 “코로나로 인해 충분한 훈련을 받지 못해 자립이 어려운 현실에 처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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