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지 1년. 현재, 각 나라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작년 12월 초 화이자(Pfizer)의 코로나 백신이 영국에서 처음 긴급 승인된 데 이어 미국에서도 승인되었다. 그 후 영국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백신이, 미국에서는 모더나(Mederna) 백신이 각각 긴급 승인되면서 세계적으로 코로나를 벗어나기 위한 각국의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사진 취재원 제공
사진 취재원 제공

 

신속한 공급을 위한
플랫폼 백신 개발

기존의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만드는 방법은 바이러스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대량으로 바이러스를 얻어 불활성화 시키거나 약독화된 생백신을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은 바이러스를 검체에서 분리하고 여러 번 계대(繼代)를 통해 백신으로 사용하기 알맞은 백신주를 얻어야 하며, 많은 양의 바이러스가 필요하다. 그러나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 빠르게 퍼지고 있을 때, 백신주를 만드는 오랜 과정은 신속한 백신 개발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2017년 다보스에서는 미래의 전염병 예방 및 대응을 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을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는 전염병 대비 혁신 연합(Cilia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 이하 CEPI)을 출범시켰다. CEPI가 출범한 배경은 세계가 국경 없이 교류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전파가 쉬운 전염병이 발생했을 경우, 전 세계가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고 전염병의 영향을 받는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백신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들은 주로 △니파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 △메르스 등의 ‘플랫폼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었다.

‘플랫폼 백신’이란 기존의 검사대상물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하는 오랜 기간을 거치지 않고,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만 알면 그 유전자 서열을 기반으로 신속하게 백신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가진 백신들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기존의 메르스 백신 개발에 사용되던 DNA 백신 플랫폼에 주재료인 메르스 바이러스의 DNA를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의 DNA로 바꾸면, 실험실에서 빠르고 쉽게 새로운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백신 개발을 통해 백신을 구성하는 다른 성분들에 대한 전임상 시험이나 임상시험이 진행되어 있었을 경우 개발 절차를 줄여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처음 CEPI가 지원했던 백신 플랫폼은 크게 세 가지였다. DNA와 mRNA 플랫폼을 이용한 백신들과 바이러스가 세포와 결합하는 부위의 단백질을 바이러스의 구조 그대로 만드는 분자 클램프 백신이었다. 작년 1월, 중국 과학자들이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의 전체 염기서열이 공개 하자, CEPI는 이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했으며, 다양한 플랫폼을 가진 연구자들을 모아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백신에 대한 지원도 시작했다. 현재는 플랫폼 백신뿐만 아닌 전통적인 방법의 사백신을 포함한 약 200여 가지의 다양한 코로나19 백신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으로 본
플랫폼 백신의 종류와 특징

백신의 원리는 바이러스에 대한 항원을 체내로 주입해 체내에서 항원에 대한 면역을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항원은 생백신이나 사백신의 경우는 바이러스가 되고, 재조합 단백질 백신에서는 세포와 결합하는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을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으로 알려진 mRNA 백신은 항원이 아닌 항원에 대한 유전정보 즉, mRNA를 체내에 주입해 세포 안에서 mRNA가 항원(단백질)으로 발현되는 원리를 이용한 백신이다. mRNA 백신은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가 세포와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 부분의 mRNA를 지질 나노입자(lipid nano particle) 안에 넣어 안정적으로 세포 내로 운반할 수 있다. 이 기술을 통해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은 가장 빠르게 임상시험에 들어가 안정 성과 면역 효과를 입증해 작년 12월 긴급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mRNA와 지질 나노입자의 특성상 보관 및 유통을 위해 초저온 냉동 시설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인체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 바이러스들이 체내로 감염되는 경로를 이용해 벡터 바이러스의 유전자에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의 유전자를 삽입하는 백신이다. 대표적인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다. 이러한 벡터 백신의 경우는 세포성 면역(T세포)과 체액성 면역(B세포)을 모두 유도한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체내에서 벡터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시험을 통해 다른 백신과 같은 3~4주 간격의 1, 2차 백신 접종이 아니라, 8~12주의 접종 간격을 통해 벡터 바이러스 면역을 최소화하고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의 면역을 강하게 유도할 수 있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재조합 단백질 백신은 특정 단백질을 발현해 접종하는 방식으로 크게 △스파이크 단백질 전체를 접종하거나 △스파이크 단백질 중에서 세포와 결합하는 부분의 단백질을 접종하는 방식과 △바이러스의 외피 단백질(Virus-Like Particle)을 발현시켜 접종하는 방법이 있다. 최근 임상 3상 결과가 발표된 노바 백신이 재조합 단백질 백신으로, 곤충 세포에 감염되는 배큘로 바이러스를 통해 스파이크 단백질 삼량체를 나노 파티클 모양으로 만들어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의 구조와 유사하게 만들고, 구조적 안정성을 통해 면역 효과를 강하게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임상 3상의 결과 96.4%의 높은 예방 효율을 갖는다는 최종 결과가 나왔다.

 

추가 접종으로 변이주에 대응
코로나19 종지부 기대

이러한 플랫폼 백신은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가 활발하게 감염되고 진화적 변이가 일어나는 앞으로의 상황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모더나는 활발하게 백신 접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서 변이주에 대한 면역을 더 강력하게 유도하기 위해 추가 접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즉, 1, 2차 접종은 기존의 백신으로 접종을 하고 바이러스 변이와 전염성을 관찰해 변이주의 mRNA를 합성했으며, 이미 미국 국립보건원에 임상시험을 위해 전달한 상태이다. 아쉽게도 100% 완벽한 백신은 없지만, 현재 긴급 승인되었거나 임상시험 중인 백신들을 통해 전 세계가 고통 속에 보낸 시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희망이 보인다.

 

문성실 미생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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