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붐비는 곳이면 어디나 쓰레기통이 금방 가득찬다. 너저분하게 음료수 캔과 비닐봉지가 나뒹군다. 인류는 그런 부끄러운 흔적을 지구 바깥 대기권 위 우주 공간까지 남기기 시작하고 있다. 그 시작은 1957년 10월 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로 러시아가 최초의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린 날이다. 은빛으로 빛나는 작은 공 끝에 여러 가닥의 안테나가 뻗어있는 (지금 보면) 단순한 형태의 인공위성을 올렸다. 인류는 이 작은 물건을 하늘에 올린 이후로 그간 수많은 인공 물체를 우주 궤도에 올리고 버려왔다. 

지상 레이더로 추적할 수 있는 우주 쓰레기들을 분석해보면 야구공보다 더 큰 물체는 2만 개가 넘는다. 그보다 더 작은 구슬 정도의 우주 쓰레기까지 고려하면 50만 개, 그리고 손톱보다 더 작은 미세한 파편까지 포함하면 1억 개가 넘는다. 1억 조각이 넘는 크고 작은 쓰레기로 지구가 뒤덮여 있는 셈이다. 우리가 고개를 들어 지구 주변 우주 어디를 보더라도 시야에 가장 먼저 걸리는 건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 쓰레기 조각일 것이다. 다만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을 뿐. 

지구의 대기권은 지구의 중력에 붙잡힌 대기 분자들이 모여있는 구역이다. 땅에서 높이 올라가며 지구와 멀어질수록 대기를 붙잡는 지구의 중력도 작아진다. 따라서 위로 올라갈수록 대기의 밀도도 옅어진다. 보통 인공위성을 올리는 ‘항공 우주’의 영역은 고도 100Km 이상이다. 이 정도로 높이 올라가면 거의 대기가 없어서 공기의 부력으로 비행하는 일반적인 비행기는 날지 못한다. 그래서 로켓 추진으로 올라가는 로켓이 필요하다. 이 영역은 말 그대로 ‘숨 막히는’ 세상이다. 

이렇게 거의 진공에 가까운 우주 공간에서는 빠르게 날아다니는 우주 쓰레기 파편들을 멈추게 할 공기 저항이 거의 없다. 그래서 우주 공간에서 작은 부스러기들은 초당 7Km 정도의 빠른 속도로 돌아다닌다. 발사된 총알보다 무려 수 배 이상 빠른 속도다. 쓰레기 조각들이 총알보다 더 빠르게 우주를 날아다니는 셈이다. 실제로 우주를 비행하던 우주선 창문에 작은 부스러기가 날아오면서 창문에 금이 가거나 우주보에 상처가 생기는 등 위험한 실제 상황이 벌어진 사례들이 있다. 1986년 우주 공간에서 폭발했던 아리안 로켓의 잔해는 그로부터 무려 10년이 지난 뒤 궤도에 올라간 프랑스의 인공위성 세리즈의 안테나를 부러뜨리기도 했다. 정말 한 뼘만 더 빗나갔다면 인공위성의 몸체 자체에 그대로 충돌하면서 더 치명적인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 

정말로 우리 머리 위에 이렇게 많은 우주 쓰레기 파편들이 맴돌고 있다면, 단순히 인공위성들 사이의 문제를 넘어 우리의 일상생활까지 영향을 주는 일상의 문제로 내려올지도 모른다. 아무리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높은 우주 공간이라고 해도 옅은 대기권은 존재한다. 연료가 다 소진되고 더 이상 운용되지 않는 고철 인공위성들 대부분은 서서히 시간이 지나면서 옅은 지구 대기권을 스치고 지나가며 조금씩 공기 마찰을 받는다. 그리고 마찰이 강해질수록 고철 인공위성의 속도는 느려지고, 궤도가 작아져 지구와 더 가까운 쪽으로 내려오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고도가 낮아진 고철 인공위성은 더 강한 공기 마찰을 받게 되고 속도도 더 느려진다. 그래서 오랜 시간 꾸준히 사용해야 하는 인공위성은 고도가 너무 많이 내려오지 않도록 수시로 연료를 조금씩 뿜어내며 공기 마찰에 의해 낮아진 궤도를 원래 높이로 다시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해주어야 한다. 

대부분의 우주 쓰레기들은 조금씩 시간이 지나며 지구 안쪽으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다행히 그 과정에서 별똥별처럼 뜨겁게 불타 버린다. 우주 쓰레기가 지구 하늘에서 무사히 불타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인 우주 쓰레기 청소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자칫하면 지구로 떨어지지 않은 남은 조각들이 우리가 사는 집 마당에 추락할지도 모른다. 물론 전체 표면의 70%가 바다인 지구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확률은 아주 희박하지만, 정말 그런 끔찍한 우주 재난이 벌어진다면 그 순간 집에 아무도 없기만을 바래야 할 것이다. 점차 우주 쓰레기의 수가 늘어나고 이런 현실적인 위협이 일상이 되어버린다면 조만간 집 앞에 인공위성이 추락하는 상황을 대비한 ‘우주 보험 상품’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지웅배(연세대 은하진화연구센터)
지웅배(연세대 은하진화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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