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되지 않은 자립, 열여덟 어른이 마주한 현실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양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인 사람들은 보호대상아동으로 지정된다. 그리고 이들은 만 18세가 되는 순간 ‘보호종료아동’으로 독립하게 된다. 2020년을 기준으로 부산광역시의 보호종료아동은 총 1,153명이다. 그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원책은 현저히 부족한 상태다.  준비 없이 사회로 내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부대신문〉이 들어봤다. 

 

몸도 마음도 힘들어
울상 짓는 보호종료아동들

보호종료아동은 자립 후 심리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아동자립지원단에서 보호종료아동 1,2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 보호종결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에 따르면, 120명(10.1%)의 응답자가 자립 후 홀로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을 크게 느낀다고 답했다. 조규필(세종사이버대 청소년학) 교수는 “보호종료아동들이 시설을 나와 혼자서 살아나가야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힘겹다”라며 “이들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도움을 구할 존재나 돌아갈 수 있는 안전지대가 없어 부담이 더 크다”라고 전했다.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를 회복하지 못한 채 사회에 나가는 경우도 있다. 정익중(이화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대부분의 보호종료아동이 어린 시절 부모의 학대나 방임 등의 고통스러운 사건을 겪었다”라며 “시설에서 상처를 치유하지 않는다면 자립한 후에 이를 이겨내기가 더욱 힘들다”라고 전했다. 

보호종료아동은 경제적 부담감도 크게 느낀다. 사회보장정보원이 제공한 〈시설퇴소아동의 기초수급 및 차상위계층 수급 현황〉에 의하면 2014년부터 5년간 시설에서 퇴소한 2만 695명 중 24.4%(5,052명)가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 계층이다. 또한 전체 보호종료아동 중 88.5%(1만 8,315명)는 시설을 떠난지 6개월 만에 기초수급자가 됐다. 보호종료 이후 경제적 안정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부족한 학력과 스펙으로 구직 시장에 뛰어드는 탓이다. 정익중 교수는 “보호종료아동은 또래에 비해 구직 시장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학비와 생활비 부담으로 대학 진학도 힘겹다. 〈2016 보호종결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에서 대학에 진학한 보호종료아동 중 67.5%는 아르바이트로 인해 학업유지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또한 보호종료아동은 경제 개념이 부족해 금전난에 시달리기도 한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는 보호종료아동에게 500만원 내외의 자립정착금을 지원하고 3년 동안 매달 30만원씩 자립수당을 제공한다. 부산광역시는 올해 자립정착금을 600만원으로 늘려 보호종료아동의 안정적인 자립을 돕고 있다. 그러나 많은 보호종료아동이 경제 교육을 받지 못해 지원금을 계획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보호종료아동을위한 커뮤니티케어센터의 김주하 홍보팀장은 “보호종료아동이 자립할 때 지원받는 금액이 결코 적지 않다”라며 “그러나 구체적으로 얼마를 지원 받는지, 어떻게 이용할 수 있으며 어떻게 돈을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자립 능력은
혼자서 기를 수 없다

보호종료아동의 건강한 자립을 위해서 자립을 돕는 교육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보호 종료 전 양육시설에서 자립 교육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양육시설에서 의무적으로 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형식적인 교육이라고 지적되기 때문이다. 〈아동복지법〉에서 교육 시행만을 권고하고 교육 내용이나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자립 5년차 박지애(경기 양주시, 22세)씨는 “시설에서 전문가들이 교육을 진행할 때는 와닿지 않아서 주의깊게 듣지 않았다”라며 “현실적이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이 시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립을 앞둔 보호종료아동에게 자격증 지원이나 직업 훈련을 실시하는 것도 자립을 돕는 방법이다. 보호종료아동이 전문기술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교육훈련 바우처를 통해 보호종료아동에게 교육비와 인턴십 기회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학업을 중단한 저소득 아동에게 고등교육과 직업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Youth Build’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김주하 팀장은 “보호종료아동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자격증 취득과 직업 훈련이 사회를 살아갈 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어려운 보호종료

보호종료아동이 겪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심리적 지원 정책도 시급하다. 심리적 문제를 겪는 보호종료아동이 많지만, 심리상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조규필 교수는 “아직 사회적으로 상담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보호종료아동의 경우 금전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라며 “정부 정책으로서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무료 심리상담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그들이 편하게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해 아동권리보장원과 한국상담심리학회가 협력해 보호종료아동 40명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 보호종료아동 인원을 생각했을 때 40명에게만 서비스를 진행하는 게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케어센터에서는 보호종료아동을 대상으로 한 심리상담 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심리상담 바우처 카드 정책을 마련해 달라는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요청했다.

자립지원시설과 자립지원전담요원의 수도 확대해야 한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자립지원시설은 △보건복지부의 자립생활관 12개 △법무부의 청소년자립생활관 8개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자립지원관 6개가 설립돼 있다. 매년 약 2,500명의 보호종료아동이 발생하는 데 비해 자립지원시설의 개수는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각 지자체와 재단 등에서 운영하는 자립지원시설도 있지만 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없어 현황 파악도 어렵다. 

자립지원전담요원은 시설 내 퇴소 예정 아동의 자립과 보호종료아동의 사후관리를 담당하며 보통 시설 당 1명씩 배치된다. 2018년 기준 자립지원전담요원은 262명이지만 누적되는 보호종료아동 인원을 고려하면, 자립지원전담요원 1명이 100명 가량의 아이들을 관리해야 한다. 또한 자립지원전담요원 예산도 인건비에 한정돼 있다. 보호종료아동을 직접 방문해 사후관리를 진행하기에는 교통비 등의 추가 비용 부담도 큰 상황이다. 김주하 홍보팀장은 “보호종료아동에게는 언제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편안한 어른이 필요하다”라며 “인력난으로 자립지원전담요원이 개별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주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