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LH청년전세임대주택(이하 LH청년전세임대) 사업은 값비싼 월세에 허덕이는 학생들과 사회초년생들에겐 한 줄기 빛과 같다. 올해만 해도 10,500호의 청년 주택이 이 사업을 통해 공급될 예정이다. 그러나 LH청년전세임대 대상자에 선정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골치 아픈 상황을 맞았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해 LH청년전세임대 제도가 가진 난맥상을 짚어봤다.

 

 

당첨의 기쁨도 잠시
 집 찾아 삼만리

  “저 LH청년전세임대 매물 좀 보고 싶은데요”. 부동산 공인중개사의 표정에서 난감하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학가에 전세로 나온 집을 찾기 어려울뿐더러, LH 전세매물은 더욱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아저씨는 지도를 보여주며, 조금 먼 지역까지 고려해보자고 말한다. 학교에서 멀어질수록 통학은 힘들어질텐데… 효원이는 고민에 빠졌다.

 

위 사례처럼 LH청년전세임대 대상자로 선정돼도 매물을 찾지못해 계약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18년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후삼 의원이 LH에서 받은 <청년전세임대주택 계약안내 통보 대비 계약률>자료에 의하면, 계약안내 통보대비 계약률은 △2014년 58.3% △2015년 55.0% △2016년 46.6% △2017년 50.0%로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LH청년전세임대를 통해 실제 계약 체결까지 이어지기 힘들다는 점을 방증한다. 입주대상자들이 직접 주택을 찾아야하는데 적절한 매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LH청년전세임대 매물이 적은 이유로는 2가지가 꼽힌다. 애초에 전세 매물이 많지 않은 데다 복잡한 절차로 인해 집주인이 LH청년전세임대로 매물을 내놓기 꺼린다는 점이다. LH청년전세임대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와 토지대장 등을 법무사에 제출해 전세 가능 여부를 검토하는 권리분석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번거로워 집주인이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남구의 부동산에서 일하는 이지훈 씨는 “권리분석을 위해 집주인에게 보증금 정보 등을 요청하면 흔쾌히 공개해주시는 경우가 잘 없다”라고 말했다. 

가격에 비해 낡은 전세 매물
이 정도는 감지덕지?

효원이는 학교 근처의 매물을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그러나 부동산 아저씨가 보여주는 집마다 효원이는 실망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지나치게 좁거나, 지나치게 낡은 집뿐이었다. 기대에 반도 못 미치는 집이었지만 아저씨는 이게 LH청년전세임대 매물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이 정도만 감지덕지라고 생각하던 찰나, 집주인이 갑자기 관리비를 더 받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아저씨는 이 정도면 다행이라며, LH전세를 계약할 때 일반 계약보다 전세금을 더 비싸게 받는 경우도 있다고 이야기했다.이게 정말 다행인 상황이 맞는 걸까. 효원이는 혼란스러웠다.

 

LH청년전세임대 매물은 연식이 오래된 경우가 많다. 신축 건물은 대부분 부채 비율이 높아 LH청년전세임대 승인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월세나 일반 전세로 집을 내놓아도 세입자가 잘 구해지지 않는 열악한 조건의 집을 LH전세매물로 내놓는 경우도 빈번하다. 수영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서준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인기 많은 집을 굳이 LH전세임대주택 매물로 내놓아 번거로운 과정을 거칠 이유가 없다”라며 “LH전세 매물들은 질적 수준이 낮은 경우가 많다” 라고 말했다.  A(화공생명공학과 19) 씨는 “LH청년전세임대주택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방 상태가 좋지 않아서 계약을 포기했다”라며 “방이 심하게 노후돼있거나, 크기가 작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LH청년전세임대의 허점을 이용해 집주인들이 더 많은 관리비나 보증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대다수의 집주인이 LH청년전세임대를 꺼리는 탓에 집주인들이 선심 쓰듯 계약을 체결하고 보답으로 많은 관리비를 요구하는 것이다. 원래 보증금보다 금액을 높여서 LH청년전세임대 지원금 한도에 맞춘 보증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전세 지원금이 증가하면 이자 부담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들의 몫이다. 우리 학교 북문 근처에서 부동산에서 일하는 김진욱 씨는 “실제로 지원금 한도액에 맞춰 보증금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라며 “집주인들이 그냥 찔러나 보자는 느낌으로 보증금을 부르기도 하는데 현재는 이를 막을 방안은 없다”라고 말했다. 

 

 

권리분석 - 일정조율 - 잔금지급
입주까지 넘어야 할 허들

효원이는 그나마 괜찮은 집을 골라 계약을 하기로 했다. 권리분석을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 혹시라도 거절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승인이 났다. 하루빨리 계약하고 싶은 효원이의 마음과 달리 계약 체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효원이와 집주인, 부동산 공인중개사와 법무사까지 일정을 조율해야 해 오랜 기간이 걸렸다. 그렇게 다시 일주일을 기다려 마침내 계약에 성공했다. 그러나 효원이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잔금 지급까지는 최소 3주가 걸린다는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다음 주가 개강인데, 그동안 지낼 곳이 없어 월세를 지불하고 먼저 입주하기로 했다. 

 

LH청년전세임대는 입주 대상자 선발 이후 계약을 체결하고 입주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매물을 물색하는 데에 시간이 들 뿐만 아니라 권리분석에도 약 일주일이 소요된다. 무사히 권리분석이 통과되면 법무사와 함께 계약을 진행해야 하는데, 법무사의 일정에 맞추느라 또 계약까지 일주일이 걸린다. 현재 부산광역시의 권리분석 지정 법무사는 총 5개다. 작년에는 4개의 법무사로 운영했으나 인력난을 느껴 올해 추가 계약을 맺었다.

계약 체결 후 LH에서 서류 검토 후 잔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잔금 지급까지는 최소주가 걸려 세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부산·울산본부 청년전세업무 구현서 직원은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전세금 지급 횟수보다 신청 횟수가 더 많은 편”이라며 “인력적으로 잔금 지급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살고있던 집의 계약 만료 일자와 새롭게 계약할 집의 입주 기간 사이의 공백이 생긴 청년들은 집을 계약하기 전까지 갈 곳이 없는 상황에 처한다. 이에 잔금을 지급하기 전에 입주하는 것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학생들은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먼저 입주하기도 한다. 조혜준(경영학 15, 졸업) 씨는 “LH전세임대주택 사업일정과 학사일정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라며 “개강 전에 살 방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월세 계약으로 방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재계약 하고 싶어도 발목잡는 2년 계약 

힘든 과정을 거쳐 새로운 집에 입주한 효원이, 어느덧 2년이 지나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효원이는 2년이라는 연장 기간이 마음에 걸린다. 만약 다른 지역으로 취직하게 된다면 다른 사람에게 집을 양도해야 전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취직이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 효원이는 다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LH청년전세임대는 최초 계약 기간 2년이 지난 후, 묵시적 연장이나 합의를 통해 2년씩 재계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대학생들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졸업이나 취업 후 거주지를 변경할 수도 있는 대학생에게 2년이라는 계약기간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실제로 LH청년전세임대 매물 양도 사례는 대부분 취직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양도일 때가 많다. 서준규 공인중개사는 “LH전세임대의 경우 중토되실이 많은 편”이라며 “간혹 집이 양도되지 않아 이사를 가고 난 후에도, 이전에 살던 집의 관리비나 이자를 계속 부담하는 사람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에 연장 기간을 1년으로 줄여달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실제 제도에 반영되지 않는다. 최근 LH청년전세임대를 계약한 B(동아대 17)씨는 “재계약을 앞두고 있지만 취업이 걱정이다”라며  “타지역으로 가게 되면 집을 양도하고 새롭게 매물을 찾아야하는데 매우 번거로울 것 같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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