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성 생활은 주책?” 노인이라는 이유로 소외되는 그들의 성 생활

성생활을 즐기는 노인을 상상해보라. 낯설고 이상해보인다고 느낄 것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노인들이 성생활은 정상적인 것으로 취급받지 않는다. 그렇게 그늘에 가려진 노인 성 문제는 쥐도새도 모르게 곪고 있는 것이다. 이에 노인 성 문제에 해 뜰 날이 오기 위해서는, 관련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이에 〈부대신문〉이 노인 성에 대한 문제와 해결책을 짚어봤다.

 노인에게 성(性)은 부끄럽고 남사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노인에게 성생활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기에 성의 주체인 노인에게도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노인의 성교육 여건은 그다지 좋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노인 성교육 실태를 살펴보고 노인의 건강한 성생활을 위해 어떤 환경이 필요한지 알아봤다.

 

교육이라 쓰고, 해결책이라 읽는다

노인의 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노년의 성을 드러내기 위한 출발점으로 노인 성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성교육을 통해 노년기 삶의 만족도 향상와 올바른 사회적 관계 형성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노인도 인간으로서 성을 긍정해야 하며 성교육을 통해 올바르게 성 욕구를 표출할 수 있다. 이에 사람이니까성교육 김대군 대표강사는 “노년층은 성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어 성교육을 받으며 기본욕구인 성을 긍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노인들이 바람직한 사회적 관계를 맺기 위해서도 올바른 성인식 교육이 절실하다. 노년기는 기존의 관계뿐만 아니라 △배우자 및 주변인의 죽음 △며느리·사위·손주 등 새로운 가족 구성원 △노인 간 만남 등 수많은 관계 변화를 겪는다. 이때 세대 간 성인식 충돌을 피하고 타인과 적절한 관계를 맺기 위해 올바른 성인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노인 관련 성범죄 해소를 위해 성교육이 요구된다는 입장도 있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노인과 관련된 성범죄율도 늘고 있다. 이에 동두천시노인복지관 관계자 A씨는 “노인은 스스로 성적 욕구와 성행위를 억압하는 경향이 있어 성범죄의 가해자·피해자가 되기 쉽다”라며 “성교육을 통해 건강한 성욕 해소와 왜곡된 성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교육 할 사람도 기관도 없다

하지만 노인들은 성교육을 받기 힘든 환경에 놓여있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시행한 노인 성교육이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 성교육을 진행하는 지자체의 대부분이 1~2년에 한 번 특강을 하는 수준에 그쳤다. 실제로 부산시의 노인성교육은 △2014년 수영구노인복지관 △2014년 부산여성성폭력예방상담소 △2018년 금강노인복지관에서 시행됐으며 수영구노인복지관은 작년에서야 3년 만에 성교육이 진행됐다. 노인 성교육이나 성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이어진 사례는 경기도의 ‘노인 성인식 개선사업’이 유일하다. 경기도는 2012년부터  해당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작년 기준 31개 시·군의 기관에서 노인 성교육 및 성상담을 진행했다. 

이에 노인 성교육에 대한 제도적 근거가 신설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사회복지시설 평가지표’에 따르면, 노인권익증진사업의 일환으로 성교육 및 양성평등 교육이 올해 처음 마련됐다. 하지만 노인복지기관과 관련된 지침 외에 노인 성교육에 대한 내용은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3조에 따르면 청소년만이 국가 및 지자체가 성교육을 실시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돼있다.

이처럼 노인 성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지자체에서 노인 성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가 차원의 노력이 기울여지지 않기 때문에 관련 사업 및 정책이 크기 어렵다. 실제로 수영구의 한 기관 관계자 B씨는 노인 성교육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노인 성교육과 관련한 지원 사업이 없기 때문”이라며 “외부 강사를 초청해야 하다 보니 사업 예산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노인 교육에 산재한 문제 
“중장기적 관점에서 고민해야”

노인의 성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노인 성교육에 산재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성교육 전담 인원을 늘리고 커리큘럼을 다양화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신원식(경남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노인의 성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교육할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이 없다”라며 “전국적으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 상담센터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노인복지기관은 외부 강사를 초청해 성교육을 진행한다. 성교육 강사들 중에서 노인만을 전담하는 인력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노인 성교육에 대한 수요가 아동이나 성인 대상 성교육보다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간혹 교육이 이뤄지더라도, 취업에 앞서 성희롱 및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성교육이 진행된다. 이에 김대군 강사는 “기관에서 요청하는 노인 성교육 특강의 내용이 제한적이라 아쉬울 따름”이라며 “지자체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노인의 성교육이 왜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성별에 따라 노인 성교육이 분리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권금주(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유교적 사고방식이 강했던 노인 세대의 성인식은 여성과 남성 간 차이가 심하다”라며 “이런 차이에서 비롯된 왜곡된 성인식이 가해·피해 상황을 만들 수 있다”라고 성별 간 교육 방법이 달라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성 문제 해결 위해
노인에 대한 색안경 벗자

하지만 노인 성교육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열쇠인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노년의 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노인을 향한 사회적인 편견을 타파할 필요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노년의 성에만 집중하기 보다, 노인에 대한 연령차별적인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신원식 교수는 “우리 사회는 노인이 성에 대해 논하는 것을 ‘추하다’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이 있다”라며 “생애주기라는 조건만으로 노인을 무성의 존재로 인식하는 것은 개인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관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노인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노인의 성에만 집중하기보다 노인의 사회·경제적 여건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노인의 욕구가 드러나기 위해서는 이들이 겪는 문제를 노인 개인이나 가정이 아닌 사회가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인의 성에만 집중하기보다 노인의 사회·경제적 여건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신원식 교수는 “노년기 성적 관심은 심리·경제적 상황이 안정된 후에 잘 드러날 수 있다”라며 “△질병 △경제력 약화 △배우자 사망 등 노인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제약을 해결할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나 미디어에서 노인과 다른 세대가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상생활에서 노인을 쉽게 접하게 하는 과정에서 노인에 대한 편견을 지울 수 있는 것이다. 권금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가 청년과 노인 세대가 어우러지는 문화 행사나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미디어에서 노인을 늙고 힘없는 존재가 아닌 다양한 감정과 욕구를 가진 존재로 비추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미디어가 노인의 성과 사랑을 다뤄야 할 필요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또한 청소년 교과 과정에서 노년기나 노년의 성에 대해 더욱 많은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기대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노년기가 길어지고 있지만 교육과정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대군 강사는 “인간 일생이나 성에 대한 개념이 처음 확립되는 시기인 청소년 기의 교육에서도 노년기와 관련된 내용이 더 많아져야 한다”라며 “긍정적인 노년기 성인식은 노년기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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