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성 생활은 주책?” 노인이라는 이유로 소외되는 그들의 성 생활

성생활을 즐기는 노인을 상상해보라. 낯설고 이상해보인다고 느낄 것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노인들이 성생활은 정상적인 것으로 취급받지 않는다. 그렇게 그늘에 가려진 노인 성 문제는 쥐도새도 모르게 곪고 있는 것이다. 이에 노인 성 문제에 해 뜰 날이 오기 위해서는, 관련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이에 〈부대신문〉이 노인 성에 대한 문제와 해결책을 짚어봤다.

 

고령화,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단어다. 2017년 고령사회에 들어선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를 맞이했다. 이처럼 백세시대는 어느새 당연한 말이 됐지만, 여전히 노인의 성에 대한 언급은 금기시된다. 노인 복지에 대해 논의가 활발한 것에 비해 노인의 성은 소외되는 것이다.

 

음지에 방치당한 노인의 성

인간의 욕구인 성은 노인들에게서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2012년 한국소비자원의 ‘지방 노인 성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생활을 하는 노인은 전체 500명 가운데 62.4%에 달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노인 성생활에 대한 관련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노인 성생활에 대한 관심이 모자란 이유는 과거부터 올바른 성 인식 및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2010년대에 들어서야 올바른 성교육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다. 이에 따라 성교육을 포함하는 기본 교육이 이뤄졌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성에 대해 논의가 금기시됐다. 손덕순(용인송담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노인들은 공개적으로 성에 대해 얘기하면 이상한 사람인 취급을 받기도 했다”라며 “성에 대해 폐쇄적인 사회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청소년 성에 대해서도 쉽게 말하지 못한 탓에 노인 성 상담 기관과 전문가 수는 더욱 적었고, 노인의 성에 대해 배우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와 같이 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에서 살아온 노인들은 자신의 성적 욕구를 비정상적으로 여기기도 한다. 양지노인복지관 노인성상담센터 원말순 사회복지사는 “실제로 노인분들을 상담할 때 성 관련 얘기를 부끄러워하시거나 말을 쉽게 안 하신다”라며 “노인 세대는 성을 접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노인을 무성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노인을 남성도 여성도 아닌 그 외의 존재라고 취급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정다운 연구위원은 “노인을 무성으로 보는 것은 사회적 편견” 라고 말했다. 원말순 사회복지사는 “젊은 사람들은 노인들의 성생활을 ‘주책맞다’는 시선을 가지고 바라보는 편”이라며 “노인들을 경시하고 외면해 노인들은 성적 소외대상이 된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성기능이 저하된다고 오해하는 것도 노인의 성 문제를 음지에 방치하고 있다.

 

시야 밖에 놓인 노인의 성범죄

노인 성생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모아지지 않는 탓에, 현재 성 인식이 취약한 노인들이 성범죄 및 성매매에 노출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61살 이상 여성의 강간 피해 건수는 2003년 96건에서 2006년 217건으로 4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부산광역시노인종합복지관  진은정 교육팀 대리는 “노인들은 성범죄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어 성범죄 교육이 절실하다”라고 전했다. 또한 성폭행 피해를 입더라도 노인들이 신고를 잘 하지 않아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정다운 연구위원은 “노인들은 피해 사실을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신고를 꺼린다”라며 “성에 대한 억압된 교육을 받은 탓에 더욱 얘기하지 않는다” 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왜곡된 성 관념 및 올바른 노년기의 성생활이 부재한 탓에 자신도 모르게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가볍게 생각하는 행위가 성범죄가 된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부산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노인들은 성교육 및 인식이 부족해 요즘은 이전에는 통용됐던 것들이 요즘엔 범죄가 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전근대적인 성 관념이 성희롱, 성폭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노인 성매매 문제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일명 ‘박카스 할머니’,‘돗자리 할머니’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 적발 건수가 늘어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2000년 100건이던 적발 건수는 2015년 545건으로 5.5배 증가했다. 정다운 연구위원은 “보이는 것보다 많이 심각한 편”이라며 “여성 노인의 빈곤율이 높아지면서 일자리를 찾는 여성 노인들이 성매매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성폭력, 성매매 등 노인들이 음지에서 성욕을 해결하거나 성 지식 부족한 탓에 성병 위험도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생활을 하는 노인 중 성매매 경험 비율이 46.5%(145명)이며, 성매매 시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노인도 3명 중 2명꼴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성병으로 진료를 받은 60대 이상 노인이 2013년 3만 4,942명에서 2015년 4만 2,024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남의 얘기가 아닌 우리의 얘기
하루빨리 대책 찾아야

이에 음지에 방치됐던 노인들의 성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노인도 청년과 같은 인간이기에 행복 추구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고 삶의 질을 향상할 권리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성욕은 인간의 기본 욕구이고, 노인도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게 성욕을 가지고 이를 해소하는 존재라는 걸 인지해야 한다. 원말순 사회복지사는 “성욕은 타고난 권리이고 성은 늙지 않는다”라며 “다양한 지원과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노인의 성을 인식하는 것은 곧 우리의 다가올 미래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다운 연구위원은 “청년도 언젠가 노인이 된다는 점에서, 노인 성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며 “노인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손덕순 교수는 “청년과 노인은 똑같은 사람이며,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에 사회적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라며 “청년들은 노인을 공감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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