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쓰레기 영화를 향한 
전세계적 관심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 <승리호>가 온라인 상영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 영화 시청 순위 1위 자리에 올랐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있었다. 국내 최초 우주 SF 영화이자 ‘우주 쓰레기’를 주제로 한 이 영화의 담당 피디가 2년 전 필자의 연구실로 방문하여 우주 쓰레기와 우주 환경에 대해 문의를 하여 답변을 해주었고, 감사하다며 영화 시나리오를 건네줄 때만 해도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런 우주 SF 영화가, 그것도 우주 쓰레기를 주제로 한 영화가 흥행이 될까?’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있다. 그랬던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더군다나 엔딩크레딧에 ‘우주 자문 김해동 박사’라고 올려 주었으니 그때 나만의 의구심이 미안할 지경이다.

과거의 우려가 현실로

사실 우주 쓰레기 문제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이미 1970년대부터 연구자들의 관심 주제였다. 1978년 미국 NASA의 과학자였던 케슬러가 앞으로 우주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우주 쓰레기도 점차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상호 간의 자연적인 충돌 등으로 인해 어느 시점에는 연쇄 충돌로 인해 더 이상 우주로 나아가기도 힘들 것으로 예측한, 이른바 ‘케슬러 신드롬’을 예견하였다. 당시 우주개발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미국 △구소련 △일본 △프랑스 △중국 등 불과 몇 개국에 지나지 않았고 1년에 발사하는 위성 개수가 고작 10여 기도 안 되었던 상황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그의 혜안은 현실이 되고 있다. 실제로 2009년 미국 이리듐 위성과 러시아 코스모스 위성이 사상 처음으로 우주에서 충돌하는 사건이 있었고, 확인되지 않은 자연적인 우주 충돌은 지금도 우리 머리 위 우주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구 주위 우주 공간에 인간이 쏘아 올린 위성, 그리고 우주로켓의 마지막 부분인 상단 로켓들이 버려지게 되면 바로 우주 쓰레기가 되고, 그것들이 상호 간에 부딪혀 생겨난 부스러기들도 우주 쓰레기가 된다. 심지어는 우주인이 우주에서 작업하다 놓친 작업 도구, 추력기의 불완전 연소로 인해 발생하는 아주 미세한 찌꺼기, 오래되어 벗겨져 나간 페인트 조각까지.

빠르고 위험한 쓰레기
끊임없이 늘기만 해

 
우주 쓰레기가 왜 문제가 되고 위험할까? 그것은 애당초 지구 주위 우주 공간에서 떨어지지 않고 궤도 운동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어마어마한 속도를 가지고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고도에 따라 초속(  !)  3km에서 8km까지이니 모래알만큼 아주 작은 우주 쓰레기도  부딪치게 되면 그 충격량이 매우 크기 때문에 위성이 반파되거나 고장이 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위험한 우주 쓰레기가 지구 주위에 얼마나 많을까? 현재 지름 10cm 이상인 것들만 약 34,000여 개, 1cm 이상은 약 90만여 개, 1mm 이상인 것들은 1억 개가 넘으며, 그보다 더 작은 미세한 우주 쓰레기들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우주 쓰레기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 증가 속도는 매우 가파르다는 데 있다.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가 제 임무를 다하고 인류가 만든 첫 ‘우주 쓰레기’로 버려졌다가 다시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면서 마찰열에 의해 불타 없어진 이후, 지금까지 약 60여 년 동안 올라간 우주물체가 1만여 개가 채 되지 않으며, 매년 100여 개 정도의 위성이 우주로 날아가 또 다른 잠재적 우주 쓰레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우주로 잠재적 우주 쓰레기인 위성을 올릴 수 있는 나라도 많이 늘어났으며, 특히 뉴 스페이스 시대로 접어들면서 민간 산업체들이 매우 활발하게 우주개발에 나서고 있어 필연적인 부산물인 우주 쓰레기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 X사가 혁신적인 기술로 매월 수십 개의 위성을 발사하고 있으며, 향후 10년 이내 4만여 개의 위성을 띄워 전 세계 인터넷 서비스를 한다고 하니, 인류가 지난 60년 동안 쏘아 올린 위성 개수보다 네 배 더 많은 잠재적 우주 쓰레기를 불과 10년 이내 올리는 셈이다. 게다가 요즘은 손바닥 크기부터 데스크탑 크기 정도의 초소형 위성들까지 매년 수백 기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니 우주 쓰레기 문제는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닌, 바로 지금 우주로 나아가려는 인류의 현실적인 위협인 것이다. 간단히 생각해보자. 2013년에 개봉했던 <그래비티>에서처럼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로 많은 위성들이 고장 나거나 파괴된다면, 당장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GPS 내비게이션 서비스도, 기상 위성을 이용한 서비스도 불통이고, 해외와의 인터넷 연결은 물론, 실시간 생방송 중계도 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조만간 실현될 우주여행 상품도 불안하여 이용할 수가 없을 것이다.

우주의 쓰레기,
이렇게 해결한다

그럼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우주 쓰레기 급증으로 인한 지구 주위 우주 환경 악화 문제는 이미 UN에서도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매년 주요 의제로 다루고 있으며, 국제우주파편조정위원회(IADC, 우리나라도 13개국 회원국 중의 하나이다)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우주 쓰레기를 경감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 각 국가들의 준수를 요청하고 있다. 실제 약 30여 개 국가에서 우주개발 시 우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도록 충돌위험을 회피하고, 다 쓴 위성을 안전하게 폐기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우리나라도 2020년 7월 과기정통부에서 가이드라인을 공포하여 우주개발 시 적극적인 준수를 요청하고 있다).

각 국가 또는 기업이 쏘아 올린 위성을 다 쓰고 안전하게 폐기 처분하는 것만으로도 우주 환경 악화를 근본적으로 막기에는 부족하여,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우주 쓰레기를 포획하여 제거하는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이를 능동적 제거기술(Active Debris Removal)이라고 하는데, 이 기술을 이용한 우주 쓰레기 청소 전문 벤처기업 Astroscale사는 이미 2013년 △일본 △싱가포르 △영국 합작으로 탄생하였는데, 지금까지 약 2,3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여 조만간 첫 번째 상업적인 우주 쓰레기 제거 기술 데모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고장 나거나 연료를 소진하여 우주 쓰레기가 돼버리는 위성을 대상으로 우주에서 연료를 재공급하거나, 수리하는 서비스 즉 궤도상서비싱(On-Orbit Servicing)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 서비스는 이미 지난 2020년 2월 미국의 노스럽 그러먼사가 인텔위성(Intelsat)을 대상으로 5년간 약 780억 원을 받고 수명 연장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계약하여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필자의 연구팀이 지난 2014년부터 우주 쓰레기 제거 기술과 궤도상서비싱관련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다. 기초 선행 연구 수준으로 연구 규모가 작아서 우주개발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이지만, 국내에서도 앞으로 활발하게 우주개발을 지속할 예정이고,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와 국가 위상에 맞게 전 세계의 우주 환경 보호에 적극 동참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보이므로 관련 연구는 계속 확장·발전해 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기술연구소 김해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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