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페미니즘> (2020 개정판) 
          마리아 미스·반다나 시바

“이 책을 함께 쓰기로 결정했던 것은, 우리의 차이-인도인과 독일인, 자연과학자와 사회과학자, 환경운동과 페미니즘운동-가 장애물이 아니라 자양분이며 힘의 원천이라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이번 여름, 대한민국은 잇따른 태풍과 이례적인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이상 기후의 원인으로 나날이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을 꼽았다. 이처럼 자연이 피폐해질수록 우리 지구를 지키자는 환경운동가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 한가운데서 인간이 자연을 착취하는 방식과 남성이 여성을 착취하는 방식이 유사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에코페미니즘>의 저자인 마리아 미스와 반다나 시바는 ‘자연=여성’, ‘자본주의=남성’이라는 등식으로 사회를 설명하고 있다.

인간에게 착취당하는 자연과 남성에게 착취당하는 여성을 어떻게 연관지을 수 있을까? <에코페미니즘>은 자연이 모든 지구생명체의 ‘어머니’이며 인간은 자본주의 논리를 바탕으로 자연을 무분별하게 개발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또한 자본주의는 남성을 바깥으로, 여성을 집안으로 내몰았고 자본주의와 가부장제가 뗄 수 없는 존재라고 설명한다. 즉,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 가부장제를 유지하기 위해 여성과 자연의 희생을 강요하며 착취의 역사를 반복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에코페미니즘>은 자본주의 가부장제 사회에서 기술을 개발할 때도 남성의 욕망만을 반영한다고 지적한다. 유전공학과 재생산기술을 예시로 들자면 이는 여성의 요구가 아니라, 사회 유지를 위해 여성의 생산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발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을 도구로 여기는 시선에서 비롯된 것일지라도, 현재는 이 기술이 여성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비혼 출산으로 화제가 된 방송인 사유리 씨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오늘날에는 유전공학과 재생산기술을 통해 선택권과 행복 추구권을 보장받는 여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환경오염을 대부분 남성이 일으키고, 환경 운동의 주축은 여성이라는 과거의 주장 역시 현대 사회에서는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책이 출간됐던 2000년대 초반까지도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던 생산 과정에는 주로 남성이 참여했다. 그리고 여성 중심의 환경 운동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오염 문제를 이처럼 단편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 오늘날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떠오르는 플라스틱의 경우, 남녀를 막론하고 전 인류가 생산부터 처리까지의 모든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더는 남성과 여성을 구분지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는 만큼 20여 년 전에 쓰인 <에코페미니즘>의 주장은 현대에 받아들이기 다소 어려운 지점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에코페미니즘>이 제시하는 자급적 관점이라는 해결책은 오늘날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저자가 설명하는 자급자족이란 필요한 물품을 직접 생산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자연의 일부가 됐다는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그리고 자급적 관점의 실천은 여성과 남성의 새로운 역할 분업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자연의 구성원으로서 성별 구분 없이 동등한 역할을 부여받는다는 뜻이다. 결국 자급적 관점에 의하면 우리 모두 자연을 빌려 쓰는 입장에 불과하다. 이제는 자급적 정신을 되새기며 후손들에게 깨끗한 지구를 물려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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