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중요 문화재이자 국가 사적인 동래구의 복천 고분 일대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화재 주변에 초고층 아파트 단지의 건립이 추진되면서다.

복천 고분을 포함한 동래구 복산1구역에 대한 문화재청의 재개발 승인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6년 문화재청은 재개발에 연관된 문화재 보호 심의를 부산광역시 문화재위원회(이하 부산시)에 일임했다. 해당 심의는 문화재 및 문화유산구역을 보존하기 위해 해당 지역의 건축을 적절히 규제하는 일이다. 당시 부산시가 승인했던 복천 고분 일대의 재개발 건축 규모는 2~15층이었다. 하지만 지난 9월 문화재청은 복천 고분을 중심으로 100m 내외의 범위에 최고 26층까지의 아파트 건축을 허가했다. 부산시의 결정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지역의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문화재를 보호해야 할 문화재청이 오히려 문화재를 훼손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혔다. 실제로 복천 고분 일대는 가야 7대 고분으로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될 예정이었지만, 재개발로 인한 관리·보존에 허점이 드러나 등재에 실패하기도 했다. 부산경남사학회 구산우 회장은 “동래구와 복천 고분 일대는 부산의 역사 원형으로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라며 “민간업자의 의견에 따라 경제성만을 고려해 개발을 추진하는 문화재위원들의 행태가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또한 부산시가 재개발에 대한 심의 위원들의 의견을 무시하며 불법적으로 아파트 재개발에 동조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문화재 보호 심의에서 일부 위원들은 특정 재개발구역을 문화재 보호 구역에서 제외하는 사안에 반대했다. 하지만 부산시가 이러한 반대 의견을 회의록에 기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로 해당 심의에 참여했던 위원 4명이 당시에 재개발을 반대했다고 증언했지만, 부산시가 공개한 회의록에는 만장일치로 사안이 통과됐다고 명시돼 있었다. 부산문화지킴이 허탁 대표는 “심의 절차 및 회의록 작성에 있어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는 증거가 명백하다”라며 “지자체가 문화재청의 지역 문화재 훼손에 편법으로 일조하는 꼴”이라고 전했다. 이에 부산문화지킴이를 비롯한 지역 시민단체들은 부산시의 재개발 승인이 불법이기에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부산지방검찰청에 접수했다. 고발에 참여한 범시민금정산보존회 유진철 생태부회장은 “담당 검사가 배정돼 고발 및 수사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문화재위원을 역임했던 교수와 전문가들의 증언이 있는 만큼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복산 1구역의 재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 시민들의 관심이 촉구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복천 고분 등의 문화재가 시민 전체의 유산이라는 여론이 형성돼야 문화재를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철욱(민족문화연구소) 교수는 “복천동 일대는 부산 지역민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누적된 공공 자산”이라며 “문화재 인근의 개발에 관해 지자체나 민간 사업자의 권한보다는 시민들의 권리가 더욱 강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재개발로 인해 훼손될 위기에 놓인 복천동 고분군 일대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