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공연예술계가 무너지자 온라인공연과 공연 영상화가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공연 영상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지원은 수도권에 집중될 뿐, 부산에서는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침체된 공연계
주목받는 영상화

코로나19 확산 이후, 공연예술계는 산업의 존폐 위기를 논할 만큼 직격탄을 맞았다. 계속되는 공연장 폐쇄와 ‘객석 띄어 앉기’로 인해 대면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힘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 전국의 공연예술 매출액은 작년 대비 40% 수준에 그쳤다. 이에 공연 영상화와 온라인공연이 공연예술계의 침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전의 공연 영상화는 단순히 공연을 올린 후 이를 보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관객을 찾아가는 새로운 공연 방식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공연 예술계는 특히 지역의 공연 영상화에 대한 중요성을 제기했다. 수도권에 비해 공연예술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공공 공연장마저 폐쇄되자 지역의 예술가와 시민들 모두 문화예술을 접할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 컨텐츠의 영상화는 특정 지역에 한정된 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지역 예술계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경기아트센터 권영훈 뉴미디어팀장은 “지역 공연을 영상화하면 대중이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라며 “공연 기회가 늘어나 지역 공연예술이 살아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지원을 통해 지역 컨텐츠와 공연예술계를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제야 걸음마 뗀 부산 

이에 정부와 각 지자체는 관련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달 9일‘코로나 일상 속 비대면 예술 지원방안’을 발표해 온라인 환경에서의 예술창작 및 유통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경기도는 공연 영상화와 온라인공연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 ‘경기도형 문화뉴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경기 방방콕콕, 예술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의 공연 영상화 지원은 미흡한 상황이다. 정부와 기타 지자체에서 일찍이 이에 주목했던 것과는 달리, 부산은 최근에야 관련 사업을 시작한 상황이다. 부산문화재단은 지난 9월 처음으로 문체부의 지원을 받아 온라인 미디어 예술활동 지원인 ‘아트체인지업’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는 공연 영상화에 집중된 것이 아닌 전반적인 온라인 미디어 제작에 관한 사업이었다. 이마저도 총예산 중 약 1/3 미만이 공연 영상화 지원에 배정됐고, 사업 기간도 2개월에 그쳐 단기적인 지원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필로아트랩 이지훈 대표는 “‘아트체인지업’사업에 할당된 예산이나 기간이 너무 적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단기적인 전시 행정식 사업보다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양질의 컨텐츠 위한
다양한 지원 필요해

관련 종사자들은 지자체에서 개별적인 공연 영상화 지원보다 해당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연 영상화는 단순히 공연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공연계 종사자들만으로는 수준높은 온라인 비대면 공연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권영훈 팀장은 “공연비마저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양질의 영상컨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누구나 미디어를 생산할 수 있는 시대인 만큼, 정부와 각 지자체가 나서서 전문가 양성이나 스튜디오 마련에 힘써야 한다”라고 밝혔다.

현재 국공립 예술 단체나 지역 예술 단체는 공연 영상화를 진행하는 데에 추가적인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형 공연기획사와 달리 공연비 대부분을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으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기존 예산만으로는 공연 영상화를 진행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립극단 이정민 대리는 “공연을 제작하는 데만 드는 비용을 확보하는 것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공연과 완전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에 지자체 나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지역 예술단체에게 온라인공연을 위한 공동 플랫폼을 구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영상 송출만을 위해 개별적인 플랫폼을 마련하고 이를 운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탓이다. 실제로 경기아트센터의 경우, ‘방방콕콕, 예술방송국’이라는 공동 플랫폼을 운영하여 현재 약 600여개의 온라인공연과 컨텐츠를 게시했다. 권영훈 팀장은 “영상을 만들어서 홍보하고 유통하는 데에도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라며 “지자체가 나서서 공동 플랫을 만들어 준다면 예술인과 대중 모두에게 좋은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자체의 지원 외에도 공연예술계 자체에서 컨텐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다. 지역의 민간 예술 단체가 성공적으로 온라인공연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타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컨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상의 품질이나 자본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지역의 공연예술 단체가 대형 공연기획사의 온라인 공연과 경쟁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지훈 대표는 “지역의 영세 예술 단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관람객에게 색다른 컨텐츠를 제공해야한다”라며 “기존 공연장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제3의 컨텐츠를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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