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월요일에 예정되어 있던 대학 주요정책 설명회가 코로나19의 확산세로 인해 연기되었다. 적절한 판단이었고, 쉬운 결정도 아니었을 것인데, 생중계라도 보려던 차에 조금 아쉽기는 했다. 여느 해라면 안 했을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텅빈 학교의 일상은 도리어 분답했고 답답했다. 그러다 많은 공문들이 여전히 날아오고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닫고 ‘학교도 실은 엄청 바쁘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이런 시절에 이 큰 부산대는 하루하루 어떻게 돌아가는지 처음으로 궁금해졌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필자같은 평교수가 학교의 일을 알게 되는 경로는 공문과 몇 층위에서 이루어지는 회의이다. 그리고 구전(口傳)이 있다. 최근에는 ‘구조조정’이라는 구전이 있었다. 구체적 내용은 없다. ‘곧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구조조정이라는 말에 통념상 갖게 되는 감정과 상상이 있다. 머릿속에서 실체도 없는 적(?)과 이미 실랑이가 벌어진 것만 같았다. 긴요하지 않은 논쟁을 피하고, 구성원들에게 중요한 일을 제때 하려면 모두가 잘 알게 되어야 한다. 소통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소통의 중요성은 많은 분들이 말씀하였으므로 여기에서는 소통의 경로로서 공문에 대해 느낀 점을 조금 이야기하려고 한다. 덧붙여 대학 주요정책 설명회가 재개되었으면 하는 의사를 표한다.

공문은 학교의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을 담고 캠퍼스 곳곳을 돌아다니는 운반물같다. 그런데 날아드는 공문의 내용을 파악하여 제때 답하고 실행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발신하는 입장에서 보면 익숙한데 받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중요성과 관련도에 따라 수·발신의 층위와 대상이 행정의 어느 단계에서 조절되면 좋겠는데 그럴 만한 여건은 아직 아닌듯하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을 대학행정에서도 적용하면 해결책이 나오려나?수신자와 발신자 모두의 수고와 불편함을 더는 방법이 차차 나오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불편함이 다소 있다 해도 공문을 잘 읽고 필요한 일을 하는 우리의 책임은 등한히 하지 않았으면 한다. 학교처럼 읽고 쓰는 일이 일상다반사인 곳이 있을까. 잘 쓰고 읽는 분야가 다를 뿐이니, 누구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되지 싶다. 의견조회가 오면 각자의 입장에서 장점과 단점을 최대한 전달하면 좋겠다. 공문 의견조회가 형식절차라고 여겨졌던 때가 과거 있기도 했다. 그렇다고 계속 읽지 않고 답하지 않는다면 정말 책임회피이다. 실체도 모르는 불투명한 의도를 혐의하느라 소통의 기회를 버려두지 않았으면 한다. 일을 맡은 사람들은, 귀에 따가운 소리일 수 있으나, 조회 결과를 공유하고, 조정하여 최종적으로 좋은 안을 내는 것이 책무이고 역량이지 않을까. 그 점을 믿고, 공문을 제때 읽고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의견을 더 많이 내자. 

덧붙여 대학 주요정책 설명회는 일을 맡은 분들이 적절한 방법을 고심하여 주길 바란다. △학생 △교강사 △직원 △조교 등 두루 소통할 수 있는 길도 생각했으면 한다. 곧 겨울방학이고 금세 새학기가 된다. 감염병의 추세를 예견해 2021년의 학사에 선제적으로 대응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추진하려는 일들을 설명하고 문제를 보완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학교의 일에 대해 알고,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도 흘려버리게 된다. 당장은 참석자가 적고 질문하는 사람은 더 적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하여 진솔한 대면을 이어가면, 문제가 풀리고 더 좋은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구전도 정확해지지 않을까. 바야흐로, 부산대가 ‘우리의 부산대’답게 할일을 성큼성큼 해나가도록 크고 작은 소통을 서로 이어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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