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가치협동조합 김영준 회장-

각박해진 사회 분위기에 이웃 간의 정은 이제 옛말이 돼버렸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환경에서 정을 붙이지 못한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느껴진다. 이런 사회를 바꿔보고자 지역 청년 공동체를 운영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청년가치협동조합 김영준 회장이다. 이웃 간의 정이 있고 청년들이 머물고 싶어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그를 만나봤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청년 가치협동조합에서 회장을 맡은 김영준입니다. 

△청년가치협동조합은 어떤 단체인가요?
반송동에서 활동하는 청년 공동체라고 보면 됩니다. 지역에 있는 청년들이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하고 지역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협동조합형태로 활동했던 건 아니에요. 원래는 ‘까페 나무’라는 마을 기업에서 시작했어요. 당시에도 까페 운영뿐만 아니라 다양한 청년 활동을 병행했었는데요. 그런데 지원 사업을 신청하거나 외부 활동을 할때 소속을 말하는데 어려움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다양한 조직 구성을 알아봤어요. 조건은 조직이 수평적인 조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 결과, 지금의 청년가치협동조합을 만들게 됐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마을 미디어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반송 청년들이 모여서 ‘반반 미디어’라는 마을 신문을 만들고 있어요. 처음에는 4면 정도 분량의 신문을 만들었어요. 그러다가 좀 더 청년스러움을 담고 싶어서 현재는 잡지 형태로 바꿔서 발행하고 있어요. 신문에는 마을의 문제점, 변화되는 부분 등을 담고 있어요. 신문뿐만 아니라 영상이나 라디오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어요. 

이외에도 마을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해요. 마을의 역사와 지금의 마을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요. 대부분의 학생이 반송동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실제로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기도 하고 반송이 왜 좋은지 되물어보는 학생들도 많거든요. 그래서 마을을 소재로 다룬 다큐멘터리나 저희가 만든 신문 등을 보여주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꿔주려고 하고 있어요. 

△어떻게 활동을 시작하게 됐나요?
우연한 기회로 반송동 마을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반송동의 첫인상은 ‘인사 하는 마을’이었어요. 골목에서 만날 때마다 서로 인사를 하더라고요. 그건 이웃끼리 알고 지낸다는 뜻이잖아요. 이웃의 정이나 마을 공동체가 남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런 마을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까페 나무에서 활동할 청년들을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하게 됐죠. 그렇게 시작한 활동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네요.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등굣길 비상대책위원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반반 미디어 활동을 하면서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마을의 문제점을 찾게 되는데요. 그중 하나가 반송여자중학교 학생들이 등교하는 길에 인도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차가 많이 다니는 곳이라서 학생들이 항상 위험을 감수하면서 다녀야 했어요. 그래서 이를 마을 뉴스로 만들어서 알리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문제를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생들을 만나서 함께 문제 해결을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고 대책위원회가 꾸려졌어요. 이후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등굣길에서 약 300명의 학생이 행진 시위를 하기도 했어요. 노력 끝에 통학로가 만들어졌을 때 정말 보람찼어요.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모여서 마을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던 기회기도 했고요.  

△뿌듯함을 느꼈던 경험은 있다면 어떤 활동인가요?
2017년도에 지역문화진흥원 지원을 받아서 청년 기획단을 꾸렸었는데요. 혼자 살거나 몸이 불편한 분들을 도와드리는 활동을 했었어요. 그중 하나가 집을 방문해서 방충망을 고쳐드리거나 겨울에는 보온을 위해서 뽁뽁이를 붙여드리는 건데요. 그전까지 청년을 대상으로 한 활동만 하다가 처음으로 주민들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경험인데요. 주민들이 생각보다 저희를 반겨주시더라고요. 간식도 많이 챙겨주시고 반가워해 주셨던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마을 주민들을 돕고 청년들이 마을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경험이라서 더 뿌듯했던 것 같아요.

△활동하면서 겪은 어려움에는 어떤 점이 있나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동등한 대상으로 대해주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곤 하는데, 그때마다 당황스러워요. 등굣길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할 때, 구의원한테 연락이 온 적 있어요. 초면임에도 반말을 하더라고요. 대화도 저를 존중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내용이었죠. 통화 중에는 당황해서 인지하지 못했는데 이후 통화 내용을 곱씹어보니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이후 공식적인 행사에서 자주 마주치니까 반말을 계속하지는 않았어요. 이렇듯 기성세대에게 동등한 존재로 인식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힘든 것 같아요. 
 

△어려움이 개선되려면 어떤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지역에서 청년들의 위치가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역에서 청년도 구성원으로서 꽤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그런데도 다른 연령층과 달리 대우받지 못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마을 행사가 60대 이상 어르신들을 위해 진행돼요. 그단적인 예시로 반송동에서는 매년 삼계탕 1,000그릇을 어르신들에게 대접하는 행사가 열리는데요. 반면 청년에게는 치킨 한 마리도 주지 않거든요. 이렇게 청년을 배제할수록 더 많은 청년이 지역을 떠나려고 할 뿐이죠.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함께 해결할 마을 청년 단체가 많이 생겨야 할 것 같아요.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이 늘어난다면 더 빨리 문제가 개선되리라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청년들이 지역에 정을 붙일 수 있도록 마을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아는 사람이 없을 때보다 친구가 생긴 후가 좀 더 긍정적인 이미지로 다가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저희가 주로 하는 일이 청년들을 만나는 것인데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어요. 내년쯤 상황이 진정되고 나면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동안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 사태에 맞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에요. 

청년을 위한 새로운 체제도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청년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서는 현 체제에 청년이 들어가서 변화를 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저는 그것보다는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현 체제는 이미 기성 세대에 맞춰져 있거든요. 그래서 기존의 체제와 다른 청년으로서의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에요.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활동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마을에서 활동하다보면 어렸을 때 느낀 이웃 간의 정을 다시 느낄 수 있거든요. 요즘은 도시재생 관련 사업도 많아서 지원을 받으면서 지역에서 활동할 기회도 많아요. 당장은 청년에 대한 지역의 인식이 높지 않지만, 노력하다보면 인식도 바뀔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서로 계속 마주하다보면 결국 지역은 청년들을 반겨주더라고요. 그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 수도 있지만, 마을의 변화 속에 청년이 함께한다는 점이 그 시간을 견딜 만큼 가치 있는 것 같아요.
 

반송중학교 학생들이 다큐멘터리 ‘반송이야기’ 를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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