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섭(사학) 교수
      김기섭(사학) 교수

 

‘하나를 들면 하나를 내려놓아라’는 이 경구는 이즈음 한 번쯤 되새겨 볼 만한 귀중한 말이다. 누구나 끝없는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바로 ‘방일’의 자세이다. 

중국 송나라 때 정치가였던 사마광의 어린 시절 일화가 있다. 어느 날 큰 물독에 어린아이가 빠졌는데, 주변의 어른들은 이 아이를 구출하기 위해 사다리와 밧줄을 가져왔지만, 그 아이를 제때 구하지 못하고 죽을 지경이 되었다. 이때 사마광은 돌멩이로 장독을 깨뜨려 아이를 구해냈다. 고귀한 생명을 구하는 데 장독 정도는 깨트려도 되는 사소한 물건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귀중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를 버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모두를 다 가질 수는 없다. 모두를 다 가지려는 순간 모든 것을 다 놓칠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근래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SKY 캐슬>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3대째 주요 대학 의사 가문을 만들려는 할머니의 집요한 집념, 이를 이용하여 자신의 약점을 딸을 통해 보상받으려는 엄마의 삐뚤어진 욕망, 아빠의 출세욕에 자식에 대한 교육적 방임이 결합된 한국 사회의 교육적 모순을 드러낸 인기 드라마였다. 우리는 여기서 부와 명예와 가문의 영광을 동시에 모두 가지려는 끝없는 욕망의 막장을 보았다. 혹자는 이 드라마를 두고 비현실적이라거나 지나친 과장이라는 평을 내놓는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욕망의 유혹을 드라마로 만드는 것은 상상의 자유이다. 그것이 사실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사실이 아니라면 다행스럽고 사실이라면 우리는 해법을 내어놓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21세기 우리의 교육도 진화하는 세상을 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최근 미국에서 시작된 미네르바 대학의 교육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른바 ‘갇힌 교육’이 아니라 ‘열린 교육’을 지향하는 것이다. 열린 교육을 통해 ‘하나를 들면 하나를 내려놓는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21세기는 상상력이 좌우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상상력은 ‘갇힌 교실’에서는 나올 수 없다. 세상 모두가 강의실이 될 수 있다는 미네르바 대학의 실험은 성공 여부를 떠나 획기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학기마다 국가와 도시를 바꿔가며 해당 지역의 창의적 기업과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과제를 통해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매우 신선한 방식으로 보인다. 과거의 방식을 벗어나서 새로운 ‘염일방일’의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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