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온통 소란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배제 조치했다. 법무부 장관의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윤 총장이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라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하니, 앞으로 소송 절차와 법정에서의 공방을 통해 추 장관 조치의 적법성 여부가 가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예고된 법적 공방 절차와는 별개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조치는 국론을 양분시키며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초래할 것이 확실하다. 

부동산 대란은 이제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의 전세난과 집값 상승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임대차 3법의 시행 이후 전세는 씨가 말랐고 전세가는 오히려 급상승하고 있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이 오히려 상승하는 ‘머피의 법칙’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작동하고 있다. 졸업하면 취업도 하고 결혼도 해야 할 청년들은 앞으로 어떻게 집을 마련해서 살아갈지 걱정이다. 하지만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기존의 정책만 고집스럽게 반복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노라면, 앞으로도 달라지리라는 기대는 접는 것이 현실적이겠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문제를 둘러싸고도 여야 간, 혹은 지역 간의 대결이 가열되고 있다. 내년 실시되는 부산시장 보궐선거 일정과 맞물리면서 표 계산에 따른 정치적 공방 또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이어서 2022년에는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여야는 정권이 달린 선거들이기에 한판 승부를 벌일 각오를 다지고 준비를 시작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 와중에서,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가 어째서 치러지게 되었는지 하는 의미도 잊히는 듯하다. 현직 시장들의 성추행 파문으로 촉발된 불행한 사태들로 인해 시장 자리가 비게 되어 치러지는 것이 다가오는 선거들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많은 정치적, 정책적 쟁점들이 떠오르겠지만, 다시는 그런 성 추문들로 우리가 고통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사회적 다짐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특히 앞으로 긴 세월을 살아가야 할 청년들에게는 성폭력에 위협받지 않고 사람답게 마음 편히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일은 다른 무엇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여러 가지로 마음이 착잡한 선거들을 맞고 있지만, 정치권의 표정은 별로 그래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움직임이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친문’의원들은 민주당 전체 의원의 3분의 1가량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싱크탱크 ‘민주주의4.0 연구원’을 출범시키며 차기 재집권의 견인차가 될 것을 자임하고 나섰다. 이들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정책적 제안을 위한 모임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결국은 여권의 대선 후보 구도에 어떤 식으로든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의 여러 국정난맥에 대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세력화하여 차기 재집권의 선봉이 되겠다는 모습에 민심이 어떻게 답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야당에게 큰 기대를 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서울·부산의 보궐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등장하는 얼굴들 가운데는 새로운 변화를 기대할 인물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 밥에 그 나물’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는 어렵다. 집권 세력의 실정을 심판하고 달라진 나라를 만들겠다면, 자신들부터 더 담대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안토니오 그람시가 말했듯이, 낡은 것은 죽었지만 새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아니, 새것인 줄 알았던 것이 사실은 그 또한 낡은 것이었다. 진보에도 보수에도, 여당에도 야당에도, 여전히 낡은 것이 유지되고 있고, 낡은 것의 저항으로 인해 새로운 것의 등장은 힘들기만 하다. 늙은 것과 새것을 가려내는 일은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 어느 쪽이든 2030 세대의 불신을 받고 있는 기득권들은 이제 그만 무대에서 내려와야 할 일이다. 다가오는 정치의 계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우리 청년들의 몫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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