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예술인에게 닫힌 예술의 장

                               〈황성제 작가〉
                               〈황성제 작가〉
                      〈우리아트 김금자 대표〉 
                      〈우리아트 김금자 대표〉 

 

장애 예술인은 자립하기 힘든 환경 속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장애예술인지원법>의 제정으로 장애 예술인의 인식과 처우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장애 예술인이 처한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책에 불과했다. 이에 <부대신문>이 장애 예술인 지원 현황과 부산의 장애 예술인 환경에 대해 짚어봤다.

장애 예술인의 창작 환경을 살펴보기 위해 부산에서 활동 중인 장애 예술인 황성제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황성제 작가는 자폐성 장애를 앓고 있어 그의 어머니인 우리아트 김금자 대표가 대신 답변했다.

 

△작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황성제 작가는 학창시절부터 그림을 그렸다. 처음엔 단순히 낙서에 불과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저마다 이름을 가진 창작 캐릭터였다. 이후 학교 사생대회에서 자주 수상하며 미술에 두각을 나타냈고, 미술 작가로의 길을 걷게 됐다. 

 

△부산에서 장애 예술인으로 활동을 시작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

전업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았다. 보통 발달장애인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채 일하거나, 심각한 경우 그냥 집안에 방치된다. 황성제 작가의 경우에는 졸업 후 미술 작가로 활동할 방법을 알아봤지만 당시 부산에서는 장애 예술인을 위한 지원이나 정보가 전무했다. 장애인 취업박람회를 찾아가 장애 예술인 고용에 대해서도 알아봤지만, 지체장애인만 고용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기장장애인복지관에서 진행한 ‘Communication through Art(C-Art, 씨앗)’라는 발달장애인 작가육성프로젝트를 통해 작가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현재 작품 활동이나 전시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주로 집에서 작품 활동을 한다. 최근까지 별도의 창작공간은 따로 없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기장장애인복지관이나 장애 예술인 창작공간 ‘온그루’에서 작업하고 있다. 처음에는 작업실로 이동해야 해서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작업실에서는 그림에 집중할 수 있고 작품을 보관하기에도 용이했다. 사실 부산시에서 장애 예술인 창작공간을 마련한 것은 ‘온그루’사업이 처음이다. 그 전에는 장애 예술인을 위한 공간이 없어 작가들이 장애인 복지관이나 집에서 작품 활동을 해야 했다. 또한 부산은 전시장도 부족한 상황이다. 부산에는 장애 예술인 전시사업을 지원한 적도 있지만 인지도가 낮았으며, 특히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관람률이 저조했다. 이마저도 대관료 때문에 접근성이 좋은 민간 갤러리가 아니라 시청같은 공적인 장소에서만 전시가 이뤄졌다.

 

△올해 개정된 <장애예술인지원법>에서 ‘창작지원금’이나  ‘예술인생활안정자금’이 빠진것에 대한 비판이 있다. 장애예술인에게 금전적 지원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금전적 지원이 중요하다. △재료비 △공간 임대료 △전시 대관료 △홍보비 등 경제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 예술인들은 비장애 예술인에 비해 자립이 어렵다. 작품 판매 수익이 저조하고 작품 활동에 대한 지원도 적기 때문이다. 장애 예술인의 보호자가 경제적 활동을 하고 있다면 당장의 문제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차원의 보호나 지원금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부산시의 장애 예술인에 대한 금전적 지원이나 자립에 대한 지원은 잘 이뤄지는 편인가. 

부산시에는 장애 예술인에 대한 금전적 지원이나 취업 연계 정책이 없다. 그에 비해 서울은 장애 예술인이 지자체나 기업에 소속돼 월급을 받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 또한 장애인보호작업장에 취업하더라도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작업과 예술을 병행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부산시에서는 이러한 정책이나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장애 예술인들이 수익을 얻는 방법은 공모전에서 입상해 상금을 받는 것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애 예술인을 위한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이 장애 예술인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특히 장애인과 장애인 예술을 양지로 꺼내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은 장애인 예술을 낯설어한다. 그러나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 장애인 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면 점차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 예술과 관련한 정책들이 많아져야 사회적 인식도 개선되고, 장애인 예술가들이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

 

△부산 장애 예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직까지 부산은 장애 예술인들이 활동하기 힘든 환경이다. 부산은 장애 예술인 관련 사업이 시작되는 초기 과정 중에 있다. 부산시에서 단독으로 진행한 창작공간 마련이나 전시 및 공모 사업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기기 시작했다. 창작 환경 지원부터 전시와 홍보, 그리고 판매로 이어지는 모든 시스템에서의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 따라서 장애 예술인들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시스템의 선순환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창작공간 마련 △활발한 전시와 공모 진행 △작품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이후 활동의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저작권자 © 채널PNU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