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학업, 복수선택은 안 되나요?

대학에서 들리는 아기 울음소리. 낯설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아이를 키우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부모로, 학교에서는 학생이 되는 그들은 누구보다도 바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사회는 그들의 존재조차 모르는 듯하다. 수유시설 찾기는 늘 어렵고, 아이를 맡길 곳이 필요하지만 학교 주위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이에 <부대신문>이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는 이들의 고충을 들어봤다.

 A씨는  대학에 다니며 육아를 병행하는 부모학생이다. 그는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아침부터 우는 아이를 씻겨 유모차에 태우고 힘차게 학교로 향했다. 집에서 학교는 버스로 20분 거리. 하지만 유모차와 함께 탈 수 있는 저상 버스를 타려면 1시간 일찍 집을 나서야 했다. 일반버스 3대가 지나간 뒤 저상버스를 타고 학교에 도착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교내의 인도가 좁고 계단이 많아 무거운 유모차를 끌고 차도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A씨는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와 부딪힐까 걱정됐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마침내 어렵게 도착한 강의실. 하지만 유모차를 둘 곳은 없었다. 건물 안에 두기에는 유모차가 너무 크고, 학교 규정 상 주차장에 두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경비실에 유모차를 맡기고 아이와 함께 강의실에 들어갔다. 

A씨는 아이를 안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시선과 수군거림을 애써 못 본 척하고 강의실 맨 뒷자리에 앉았다. 교수님은 A씨에게 아이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다. A씨는 교수님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같이 수업을 들어도 괜찮은지 양해를 구했다. 교수님은 괜찮다고 했지만 A씨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열심히 수업을 듣던 중 이내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강의실에 있는 모두가 A씨와 아이를 쳐다봤다. 급하게 아이를 업고 복도로 나가 달래봤지만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아이를 겨우 달래고 강의실에 들어갔으나 이미 수업은 끝나있었다. 짐을 챙겨 강의실을 나온 A씨. 이윽고 아이가 배고파 칭얼거리자 수유실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들어가는 건물마다 수유실을 찾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줘야 할 때가 됐다. 그러나 학교 어디에도 기저귀 교환대는 없었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나와 수유실과 기저귀 교환대가 있는 근처 대형 백화점으로 향했다.

녹초가 된 A씨는 아이와 집으로 돌아왔다. 여느 때보다 하루가 길었던 A씨는 앞으로도 계속 아이와 함께 학교를 다닐 수 있을 지 걱정이다. 하지만 아이를 혼자 두고 학교를 다닐 수는 없다. 아이를 돌봐줄 학내 보육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직장인 신분이 아닌 A씨는 보육 시설을 배정하는 기준에서 후순위로 밀린다. A씨와 아이가 학교 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아이가 있는 학부생이 학교에서 도움 받을 수 있는 제도는 육아 휴학뿐이다. 아이를 키워야하는 학생은 학교를 휴학하라는 것일까. 아이를 맡길 곳은 없고 아이와 함께 학교를 가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내일도 수업을 들으러 가야하는 A씨의 이런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옆에 있는 아이는 벌써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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