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감독  윤가은| 2019)

 

“우리집은 진짜 왜 이러지”.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려본 생각이다. 그렇지만 함부로 내뱉을 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 따뜻한 집과 사랑이 넘치는 가족. 이상적인 모습만을 보여주는 세상에서 가정불화는 쉽게 내보일 수 없는 치부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가장 보편적인 개인사를 안고 자라난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상처와 함께. 

초등학교 5학년 하나(김나연 분)에게는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속사정이 있다. 바로 하루가 멀다하고 지독하게 싸우는 부모님과 그로 인해 온기가 사라진 집안 분위기다. 유미(김시아 분) 유진(주예림 분) 자매는 하루의 대부분을 둘이서만 보낸다. 자매의 부모님은 생계를 위해 외지에서 따로 살고 있다. 잦은 이사 탓에 자매에게는 마땅한 친구마저 없다. 자매는 하나를 만나게 됐지만, 또다시 집을 옮겨야 할 마당이다. 이렇듯 <우리집>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충분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되거나 방치된다. 안정의 공간이 되어야 할 집이 아이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됐다.

그러나 아이들은 무너져가는 가족을 그저 두고만 볼 수 없다. 아이들에게 가족은 소중한 보금자리이자 단 하나뿐인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 아이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단 무엇이든 해보기로 한다. 늦은 밤 하나의 아빠에게 전화하는 여자 동료를 향해 경고를 날리는가 하면 급기야는 자매의 부모를 찾으러 낯선 해변으로 무작정 찾아간다. 아이들의 행보는 다소 엽기적이고 황당하지만 누구보다 필사적이다. 이런 아이들의 작전이 통하기라도 한 걸까. 공교롭게도 하나네는 가족 여행을 가게 되고 집주인 아줌마는 갑자기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말까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세상은 호락호락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하나의 노력을 알아차린 엄마 아빠가 극적으로 화해한다거나, 유미 자매의 부모님이 일터에서 돌아와 이사를 가지 않게 되는 이야기 따위는 없다. 오히려 하나네 가족 여행은 무산되고, 아이들은 자매의 부모님을 찾지도 못한 채 돌아오게 된다. <우리집>은 아이들에게 쉽사리 해피엔딩을 내어주지 않는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돌아가는 세상은 아이들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집>은 눈높이를 낮춰 어른들에게 가려졌던 아이들의 세계로 시선을 돌린다. 그곳에는 무책임한 어른들이 밀어낸 파동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던 아이들이 있다. 보호의 대상으로만 여겨져 오히려 존중받지 못하고, 진정한 울타리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어른에게 상처받은 아이들이 보인다. <우리집>이 그저 그런 성장영화가 아닌 이유다.

<우리집>은 아이들의 상처를 선명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하나와 유미, 유진이였을 수많은 이들을 위로한다. 관객들은 집안을 가득 메우는 싸움 소리에 가슴이 철렁하던 하나와 하루종일 단둘이 남아있던 유미 유진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포장된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동안 애써 덮어둔 상처가 되살아나는 것이다. 나아가 이같은 자기 대입은 트라우마에 대한 치유로 이어진다. 아이들을 가여워하고 부모의 무책임에 분노하는 동안 자신의 과거까지 보듬게 되는 것이다.

상처는 발견되기 전까지 아프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어떤 상처가 났는지 알아야만 한다. <우리집>은 판도라의 상자에 담겨있던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기꺼이 내보인다. 그리고 따뜻하고 단호하게 말해준다. 우리집의 기억은 혼자만의 상처가 아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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