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교육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지식이다. 하지만 어렵다는 편견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힘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 교육을 게임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 사례가 있다. 바로 노동 문제를 보드 게임을 풀어낸 ‘Labor’s Value Up(이하 레벨업 프로젝트)’이다. 노동과 재미 요소를 합치기 위해 오늘도 머리를 싸매고 있는 김성원 씨를 만나봤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부산노동권익센터 김성원 교육실장입니다. 이밖에도 ‘Labor’s Value Up(이하 레벨업 프로젝트)’를 기획한 ‘THE 이상’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부산노동권익센터는 어떤 곳인가요?
부산노동권익센터는 부산광역시에서 설립하고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가 수탁 운영하는 기관인데요. ‘일하는 부산시민을 안고 취약계층 노동자를 품는다’는 슬로건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부산에서 일하는 시민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여러 사업을 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센터 내에는 여러 부서가 있어서 다양한 일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우선 현장과 밀접한 연구를 하고 현장 중심의 정책을 개발합니다.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노동 취약계층이나 아르바이트 실태조사를 실시해 이슈 페이퍼를 제작하기도 했어요. 이외에도 부산시 정책 수립을 위한 동향조사나 노동 관련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외협력팀에서 노동 교육을 상설화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노동 교육 체제가 제대로 이뤄진 경우는 드물어요. 교과서에서 노동교육을 다루는 경우도 굉장히 적은 편이죠. 그래서 노동 교육이 다양해지고 정례화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 등을 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대상별로 맞춤 교육을 진행하거나 노동 존중 문화 확산 캠페인을 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필수노동자 고맙습니다’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노동과 관련된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생 때부터 활동한 ‘THE 이상’이 계기인 것 같아요. THE 이상은 사회 전반의 문제를 다루는 동아리였어요.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 깨달은 점 중 하나가 노동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어요. 최저임금이나 주휴수당을 못 받아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사람도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져요. 모두 참고 일하는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이상한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생겨버리거든요. 그래서 노동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대학에서도 리더십이나 CEO 정신에 대한 강의는 많지만 노동자를 위한 교육은 드물잖아요. 실제로는 노동자로서 활동하는 사람이 더 많은데도 말이죠. 그래서 동아리 부원들과 관련된 활동을 계속 이어가다보니 노동 문제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어요. 

△‘THE 이상’은 어떤 단체인가요? 
노동 문제를 다루는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팀인데요. 앞서 말했듯 원래는 사회 전반을 다뤘어요. 하지만 사회 문제의 대부분은 당사자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그런데 노동 문제는 제 자신도 당사자다 보니 접근하기도 쉽고 관심이 더 가더라고요. 그래서 노동 문제에 더 집중하게 됐어요

구체적으로는 노동 교육에 대한 활동을 많이 하는데요. 연령별로 대상을 나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어요. 청소년의 경우, 근로계약서를 쓰는 법이나 노동조합에 대해 알려줍니다. 더 어린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진로 선택을 돕기 위해 노동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요. 사람들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강의식 프로그램보다는 게임처럼 재미 요소를 넣은 기획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노동 교육에 게임을 접목시킨다는 게 신기하네요.
  개인적으로 재미없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항상 재미 요소를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집중도가 낮아지기 때문이죠. 특히 노동은 사회적으로 딱딱하고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노동에 접근하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알아보니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라는 용어가 있더라고요. 어떤 문제를 게임 형태로 풀어나가는 것에 대한 용어인데, 관련된 여러 논문을 읽으면서 이런 방법이 실효성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그래서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게임 방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게임을 활용한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레벨업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노동 교육을 게임 형태로 진행한 프로젝트인데요. 참가자들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게임에 로그인하고 자신이 어떤 노동자가 될지 설정해요. 이후에는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노동력과 관련된 능력을 기르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처음에는 온라인 게임을 많이 접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이를 재밌게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해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라고요. 프로젝트 안에 노동조합을 만드는 카드 게임도 있었는데요. 게임이 끝나고도 학생들이 노동조합을 외치면서 노는 등 노동에 쉽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죠. 

△활동 중에 겪었던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우리나라는 노동 교육에 대한 인프라가 제대로 마련이 되어 있지 않는데요. 사회 전반적으로 노동 교육이 필수라기보다 관심 있는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 때문에 노동 교육과 관련된 기획을 하더라도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받아들여 주지 않아 실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리 좋은 기획이더라도 공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거죠. 인프라가 형성되고 이 분야를 다루는 사람이 많아져야 시너지 효과도 일어나고 기획이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거죠. 

그리고 노동 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어려움으로 작용해요. 노동이 정치적인 의제라고 생각해서 노동 교육을 반대하는 사람도 많은데요. 실제로 반대를 우려해서 프로그램 이름을 노동 교육 대신 진로 교육으로 바꿔서 진행해달라는 요청도 있어요. 자신이 겪을 수 있는 노동 문제에 대해 배우는 건 정치 성향과는 관련이 없는데 말이죠.

△현재 새로운 보드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게임인지 궁금합니다.
배달노동자에 대한 보드게임을 제작하고 있는데요. 보드게임 속에 당사자들의 힘든 현실을 녹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당사자인 배달노동자분들을 직접 만나서 조사를 했어요. 보드게임에 들어갈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도 했고요. 예전에 산업재해와 관련된 게임을 만든 적이 있는데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재미 요소에만 신경 썼더니 문제의식이 흐려졌던 경험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 목표는 보드게임에서 다루는 문제의식이 흐려지지 않도록 하는 거예요. 

또한 이번에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는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서 제작이 어렵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신경 써야 하는 게 많더라고요. 올해 말까지 제작 예정이었는데 피드백 과정에서 수정해야 하는 게 많아서 내년 초로 제작이 미뤄질 것 같아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앞으로도 보드게임과 같이 노동 문제에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싶어요. 부산만 해도 노동자 문제가 많거든요. 그들이 고공농성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문제에 관심을 가질 방안을 마련하고 싶어요. 그리고 기획한 프로그램들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록 만들고 싶어요. 예를 들어 학교에서 저희의 보드게임이 교재로 쓰이는 것처럼 말이죠.

또한 부산 노동교육 분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뽑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단순히 명예욕이라기보다 그만큼 제가 이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는 뜻인데요. 많은 경험을 쌓아서 이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이나 노동을 어렵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를 부산에 정착시키고 싶어요. 

△청년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모두가 자신의 권리는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노동에 대한 공부를 하라는 강요의 의미는 아니에요. 자신의 권리는 지켜져야 하고 지킬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권리를 침해받았을 때 대처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혼자 끙끙 앓는 것보단 언제든지 관련 센터나 단체를 찾아가서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