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그 개념도 생소한 이원화캠퍼스 체제로 운영하는 학교이다. 이원화캠퍼스는 학교가 비대해지거나, 혹은 다른 복잡한 이유로 교지를 두 곳 이상으로 분리하여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부산캠퍼스에서 의생명특성화를 위해 분리한 캠퍼스가 양산캠퍼스이고 과거 밀양대학교와의 통합으로 새롭게 생긴 교지를 나노바이오특성화를 위해 조성한 캠퍼스가 밀양캠퍼스이다. 이렇게 우리 학교는 먼 미래를 계획하며 3개 캠퍼스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다. 

3캠퍼스체제는 학교의 먼 미래를 위한 고심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한다. 부산캠퍼스의 구성원들은 정확히 이원화캠퍼스와 떨어져 있는 거리만큼 마음도 멀어짐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듯하다. 가깝게는 양산캠퍼스 의생명특성화의 집약을 위한 약학대학과 자연과학대학의 일부학과 이전이 무산되었고, 멀게는 나노바이오특성화캠퍼스라는 홈페이지의 자랑이 무색하게 나노과학기술대학의 비상식적 운영이 지난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미래 대계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교지분할은 목표한 방향을 잃고 표류하며 점점 학교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돌변하고 있다.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탓일까? 양산캠퍼스는 그래도 양호하다. 약학대학과 일부 자연과학대학의 이전발전이 내부구성원의 강한 반발로 무산되었지만 정보의생명공학대학의 신설로 조금씩 규모를 늘려가고 있으니 말이다. 부산캠퍼스에서 한 시간이라는 물리적·시간적 장벽이 고정된 밀양캠퍼스는 실질적으로 생명자원과학대학 하나만이 남아있는, 특화캠퍼스라기에 무색한 고립캠퍼스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 대학의 3캠퍼스체제는 비대해진 학교에 숨통을 틔워준다는 데에서 순기능이 있지만, 떨어진 물리적 거리로 인해 모든 투자가 중복으로 되어야 하는 역기능도 있다. 인구가 늘어나는 과정에서는 순기능이 부각되었겠지만 인구절벽시대를 맞아 지속적 예산삭감의 압력에 시달리는 지금은 역기능만이 크게 드러나 보이고 있다. 

우리사회는 이제 대학입학정원보다 고졸학생이 더 많은 비대칭 사회로 돌입했고 예견된 지방대학 몰락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니, 우리 학교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이제 정말 개인의 이익을 내려놓고 학교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된 것이다. 학교에 몸담는 시간은 짧게는 4년밖에 안 되지만 그 기억의 각인은 평생을 함께한다. 몸담았던 학교가 비록 몸은 떠났어도 건강하고 활기차게 언제까지나 유지되길 바라는 것은 구성원 모두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어느 한 곳이라도 아프지 않고, 몸 전체가 튼튼해야만 한다. 위가 튼튼하다고 간의 병을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때로는 아픈 곳을 도려내는 결단도 필요하다. 

짧은 시간 몸담는 개인의 입장이 아닌, 긴 학교 여정에 관심을 가질 때이다. 이제 가장 많은 학과가 있는 학교라는 것이, 다수의 캠퍼스를 운영한다는 것이 자랑이 아닌 부담의 시대가 되었다. 과거와 같은 일부 반발에 의한 방치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는 현 보직자의 책무이다. 그리고 모든 구성원은 인구절벽시대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해쳐가기 위해 개인의, 학과의 이기를 떨쳐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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